의미와 파장/쌀 관세화 계속 유예 의무수입 2배 늘어 쌀값 폭락

의미와 파장/쌀 관세화 계속 유예 의무수입 2배 늘어 쌀값 폭락

입력 2004-01-21 00:00
업데이트 2004-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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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화 유예’를 통보한 것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외국 쌀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연장하겠다는 의미다.외국산 쌀에 관세를 부과해서 수입하는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처지인 만큼 쌀 관세화 유예를 더 받아야겠다고 국제무대에 선언한 것이다.

●관세화 유예로 가면

우리나라는 시장개방을 기본 취지로 하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어려운 국내 농업현실을 내세워 10년 동안 관세화 유예(특별대우)를 받았다.10년뒤인 2004년에 가서 관세화 유예를 계속할 지에 대한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정부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자주외교’의 표현으로 간주해 마냥 좋게만 해석할 일은 아니다.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은 지금보다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는 대신 국내소비량의 일정비율에 대해 저율관세(5%)를 적용해 수입해 왔다.이른바 의무수입물량인 것이다.올해 의무수입량은 국내 쌀 소비량의 4%인 20만 5000t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협상에서 쌀 관세화 유예가 관철되더라도 의무수입량은 11%(60만여t)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진교 박사에 따르면 수입농산물의 관세감축 기준을 정하기 위한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초안에서 MMA 물량을 선진국은 10%,개발도상국은 8%로 정했다.아울러 우리와 조건이 비슷한 일본이 관세 유예의 조건으로 ‘5%→8%’를 제안받았었다.11%는 우리나라가 DDA 협상에서 개도국으로 인정받을 경우(8%)에다 최소의 증가율로 인정되는 일본의 사례(3%포인트)를 적용해 산출한 예상 수치다.이러한 안이 확정되면 외국산 쌀의 수입량이 늘어 쌀값이 30% 이상 폭락하게 돼 이래저래 농촌경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관세화 유예를 최종적으로 선택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일본은 관세화 유예기간을 4년이나 남겨둔 상태에서 지난 99년 관세화를 선택했다.관세화 유예를 고집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한국과 필리핀 뿐이다.

●협상 전략으로써 선언적 의미

이번 선언은 협상전략으로써의 의미가 커보인다.관세화 유예를 우선 선언하고 MMA물량을 최소화하는 협상을 벌이다 여의치 않으면 그때 관세화로 돌아서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협상 무대에서 그만큼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관세화의 길을 택하게 되면 쌀 수입이 전면 허용되나 고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이 경우 쌀 협상은 관세율을 얼마나 높게 책정하느냐가 관건이 된다.일본은 태국 등과 양자협상을 벌여 수입개방 첫 해에 쌀 관세율을 380%로 정하고 해마다 관세율을 조금씩 낮추기로 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가 이날 관세화 유예를 WTO 사무국에 통보한 만큼 WTO는 이를 즉시 각 회원국에 알리게 된다.

이후 쌀 수출입과 관련해 한국에 관심이 있는 국가는 90일 이내에 한국과 개별협상을 갖겠다는 의사를 WTO와 한국에 전해야 한다.우리가 협상제의를 받아들이게 되면 이때부터 양자간 쌀 협상이 시작된다.

이같은 절차를 감안할 때 총선 이후인 4월 하순부터 미국 중국 호주태국 등 쌀 수출국과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서 박사는 관세 유예화 연장선언에 대해 “쌀 협상을 재개하면서 우선 농심을 달래고 국제 협상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2004-01-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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