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욕망·섹스의 함수관계는?/오늘 개봉 ‘노보’

기억·욕망·섹스의 함수관계는?/오늘 개봉 ‘노보’

입력 2003-11-21 00:00
업데이트 200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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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끊임없이 기억을 상실한다면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21일 개봉하는 영화 ‘노보(Novo)’는 불의의 사고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인물 그래햄의 일상을 추적하면서 기억과 욕망,혹은 섹스의 관계를 파고든다.

그래햄은 불과 몇 분 전에 일어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다.당연히 아내 이자벨은 물론 아들 안투안,직장 동료 프레드 등 주위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하루하루가 새 날인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그래햄은 그의 정체성을 밝히는 열쇠인 메모장에 매일 일어난 일을 기록해간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한 축은 그가 망각의 늪에 빠져있기를 바란다.그의 리비도를 이용하여 편리한 섹스 파트너로 즐기는 직장 상사 사빈,은밀한 사랑에 빠진 그래햄의 아내와 친구 프레드 등이 그들이다.반면 그래햄의 가까이 혹은 멀리서 그가 빨리 기억력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이도 있다.어린 아들 안토닌과 같은 직장에 임시직으로 고용된 이렌이 주인공.어린애 같은 그래햄의 해맑은 매력에 빠진 이렌은 다양한 방법의 사랑을 통해 그를 망각의 세계에서 건져내려고 헌신적으로 노력한다.

망각을 소재로 한 ‘메멘토’와 분위기가 유사하다.하지만 ‘노보’에서 기억상실의 의미는 다른 재미있는 주제들을 묘사하는 장치로 보인다.예컨대 이렌의 열정적 사랑과 기억상실자인 그래햄이 느끼는 행복감의 대조,그래햄을 이용하려는 사람들과 대조적인 그래햄의 순수함,기억상실증에 걸렸을 때의 자유로운 사랑 등을 생각케 한다.

평론가 출신의 장피에르 리모쟁 감독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망각과 기억,섹스의 관계를 모색하는 그의 노력에 힘입어 영화 속 누드신이나 격렬한 정사신은 전혀 도발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지난 8월 광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이종수기자
2003-11-21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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