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패트롤/책훔친 ‘마지막 효도’… 법원도 선처

사건 패트롤/책훔친 ‘마지막 효도’… 법원도 선처

입력 2003-09-30 00:00
업데이트 200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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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씨병을 앓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인 신학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관련 서적을 훔치다 붙잡힌 50대에게 법원이 온정을 베풀었다.

노모(50)씨는 반월공단을 돌아다니며 막노동으로 하루하루 끼니를 이어갔다.파킨슨씨병에 시달리는 어머니(83)는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데다 형(58·무직)은 나병환자라 노씨가 평생 가장노릇을 해 왔다.과거엔 척추장애인 누나가 파출부로 일하며 생계를 도왔지만,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나 생활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노씨는 어렵사리 S대 신학대학원을 수료했지만 참고문헌을 살 돈이 없어 논문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3월21일 오후 노씨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와 영풍문고,강남구 서울문고를 돌며 ‘막스 쉘러의 철학의 이해’ ‘한문의 이해’ ‘윤리학과 메타윤리학’ 등 책 34권 38만 2260원어치를 훔치다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그는 “학위라도 받으면 어머니께 마지막 효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 책을 훔치게 됐다.”고 말했지만,검찰은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노씨는 벌금을 낼 돈이 없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서울지법 형사12단독 천대엽 판사는 29일 “돈이 되지 않는 철학책 등을 훔친 것을 보면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가정형편 등을 감안,벌금 5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정은주기자 ejung@

2003-09-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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