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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성찰적 통일’을 제안하며

[열린세상] ‘성찰적 통일’을 제안하며

조한범 기자
입력 2003-09-25 00:00
업데이트 200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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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도로변에 걸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보고 북한응원단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였다.그리고 며칠전 송두율 교수와 해외거주 민주화 운동인사들의 ‘오랜만의 귀향’이 있었다.필자는 얼핏 보기에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이 일들을 분단으로 인한 남북한의 이질화와 냉전문화의 영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안으로 해석한다.

분단이후 남북한은 50년 이상을 상호 이질적인 체제에서 존속해 왔으며,최근까지도 냉전적 대립을 지속해 왔다.이와 같은 과정은 필연적으로 남북한간의 이질화를 심화시켜 왔으며,분단국의 이질화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독일의 경험이 이미 증명하고 있다.그것은 남북한 사회의 차이가 일반적인 상이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화의 주제가 서로 달랐다는 본질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단은 냉전체제의 최전선에 남북한을 대치하게 만들었으며,서로 상이한 방식으로 근대화의 여정을 걸어가게 만들었다.남북한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체제의이념적 대립이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놓였으며,남북한의 근대화 역시 이 과정에 의해서 지배되어 왔다.냉전적 대립속에서 남북한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가치체계를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발전시켜 왔다.상대방은 철저하게 적대시되었으며,이 같은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가치에 대한 그 어떠한 이해나 동조도 이적행위와 동일시될 수밖에 없었다.이 점에서 남북한의 근대화는 분단과 극단적 대립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북한은 독재와 전체주의적 속성을 평등주의로 포장해 왔고,남한에서는 발전논리속에서 종종 정당한 요구들이 배제되어 왔다.그 결과로 우리는 체제의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는 북한과,성장지상주의 속에서 상실했던 가치의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남한의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이미 IMF 위기에서 나타난 것처럼 남한사회의 근대화는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가지지 않으며,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선진자본주의 국가들과 비교하여 시장경제체제,사회복지체제,법치주의와 정치적 민주화의완성,문화적 다원주의 형성의 측면에서 남한사회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무엇보다 분단체제와 냉전문화에 의해 왜곡된 사회의 정상화과정이라는 과제를 지니고 있다.남한의 성공은 아직도 갈 길이 남아있는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포스트 모더니즘의 논리를 들지 않더라도 자본주의적 근대화 전체가 ‘성찰적 근대화’라는 대안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분단상태의 근대화는 이중적인 의미의 성찰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은 성공한 체제가 실패한 체제를 수렴하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남한은 변화를 위한 주체적인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제로서 전망을 가지지 못한 북한과 동일시될 수 없다.그러나 북한의 실패가 남한이 절반의 성공에 안주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남한 역시 왜곡된 근대화를 정상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우리 역시 분단으로 인한 ‘내 안의 장애’를 극복해야만 한다.

완전하지 못한 상태의 장애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북한을 산술적으로 더하는 방식의 통일은 새로운 갈등의 소지를 지닐 뿐만 아니라,근대화를 완성시킬 수 있는 기회의 박탈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낳을 뿐이다.남북통일은 왜곡된 근대화의 정상화 과정으로서 해석되어야 하며,따라서 ‘성찰적 통일’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완전한 의미로서 통일의 시제는 과거로의 회귀도 아니며,현재도 아니다.그것은 미래 어느 시점이 되어야 하며,우리 스스로의 정상화 노력을 포함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우리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북한을 포용하는 내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2003-09-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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