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저출산의 대가 꼭 받을 것

[마당] 저출산의 대가 꼭 받을 것

하응백 기자
입력 2003-07-23 00:00
업데이트 200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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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우리나라의 가임(可姙)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수는 1.17명이었다.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며,여성 1명이 평균적으로 평생 한 자녀만 낳아 기른다는 의미다.출산율이 떨어지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에 가속이 붙는다.때문에 통계청은 “65세 이상 노년인구가 2026년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젊은 노동인구가 줄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여러 매체에 의해 지적되었다.그러나 문제는 ‘왜 여성이 아이를 적게 출산하는가.’하는 이유를 찾아보려는 노력과,저출산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 농경 사회에서 자녀는 부모들에게 큰 자산이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도 자녀들은 부모의 보험 역할을 충분히 했다.좀 잔인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심봉사에게 심청은 하나의 보험이었을지 모른다.육아의 대가가 노후의 복지와 개안이라는 혜택으로 돌아온 것이다.물론 현대 사회에서 자녀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기대하는 부모는 있다 해도 극히 소수일 것이다.그러나 마빈 해리스의 “아이를 늘림으로써 생활이 나아질 때는 아이를 많이 가질 것이다.반면 아이를 적게 가져야 생활이 나아질 때는 또한 적게 가질 것이다.”(‘작은 인간’)라는 말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가장 큰 이유는,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을수록 자신의 삶이 윤택해지기 때문이다.출산육아제도나 탁아소도 시원찮은 형편에서,아이를 주렁주렁 낳는다는 사실은 사회적 성취 욕구 혹은 자신만의 삶을 포기하게 만든다.설사 주위(주로 친정 어머니)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양육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한다.자녀 둘을 가진 중산층 가정에서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감당해본 사람들은 대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대안학교를 보내거나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그러나 자기 자식을 두고 배짱을 부리거나 모험을 감행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다수가 택하는 사회적 상식의 길로 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지금 중학교 3학년인 딸에게 앞으로 부모로서 이렇게 충고할 것이다.결혼은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니다.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결혼했다 하더라도 아이를 가능한 한 갖지 말아라.갖더라도 한 아이만 낳아 길러라.아이 하나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냐.그 돈을 저축한다면 너의 노후는 편안해질 수 있다.그것뿐인 줄 아느냐,사회적으로 아이의 육아 때문에 감당해야 할 희생은 너무 크다.너는 아이 때문에 승진을 못할 수도 있고,중요한 비즈니스를 성사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아이 때문에 여행도 마음대로 못하고 심지어 영화감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거의 모두가 너의 노력과 희생을 강요한다.그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다.만약 네가 정말 아이가 좋아 서너 명을 낳아서 키워 보라.그러면 넌 존경받는 어머니가 아니라,이웃 여자들의 동물 쳐다보는 듯한 시선을 감당해내야 할지 모른다.

자,이러니 어떻게 우리나라의 높은 출산율을 기대하겠는가.편해지고,잘살기 위해서 아이를 적게 낳지만,그것때문에 우리 사회는 가까운 장래에 분명 더 고통받을 것이다.

하 응 백 문학평론가
2003-07-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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