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충격속 ‘될만한 사람 됐다’수긍도

검찰인사/충격속 ‘될만한 사람 됐다’수긍도

입력 2003-03-12 00:00
업데이트 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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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파괴 인사' 검찰 표정

아래 위 기수가 뒤바뀐 듯한 서열파괴식 검찰 인사의 뚜껑이 11일 열리자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는 충격속에 술렁거렸다.송광수 검찰총장 내정자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는 이번 인사에 대한 내부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그러나 일부 검사장들은 인사 발표후 사의를 표명하고 고참 검사들은 인사안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인사를 둘러싼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진배치된 사시 16∼19회 인사에는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반응도 있지만 13∼15회 2선후퇴 부분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사들은 사실상 ‘좌천’을 당한 고위 간부들의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만과 체념의 목소리를 함께 내기도 했다. 대검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사파동 과정에서 현 검찰 수뇌부가 구시대적 인물로 매도당한 데 대해 섭섭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간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능력인사 발탁에 “내부의견 반영” 평가

송광수 신임 총장 내정자와 김종빈 대검차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대검 간부진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평가가 많다.중수부장 안대희,감찰부장 유성수,공안부장 이기배 검사장 등은 능력과 성품,새정부의 철학 등을 감안했을 때 적절한 배치라는 평가다.한 대검 과장은 “정치적 고려 없이 검찰의 사정업무를 총괄 지휘해 달라는 주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4∼17회를 대상으로 한 일선 지검장 전보 인사에 대해서도 수사 능력이나 공정한 업무처리 스타일 등에서 검찰 내·외부의 신망받는 인사들이 배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또 17∼19회를 대상으로 한 검사장 승진 인사도 원칙있는 검사들이 발탁됐다는 평가다.검찰 관계자는 “기수를 기준으로 보면 발탁인사지만 인물 자체로 보면 검찰 내부 의견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러나 현 검찰 수뇌부인 사시 13∼15회 검사들이 물러나거나 한직으로 전보된 데 대해서는 간부급 검사와 평검사들의 의견이 다르다.

●배제된 간부 반발 만만찮아 여진 우려

대검의 한 간부는 “이번 인사로 현 정부가 검찰 내 원칙주의자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면서 “그러나 검찰 수뇌부를 불신한다는 대통령 발언이 나온 뒤에 이어진 인사라서 배제된 인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인사에 현 정부의 ‘호불호’가 너무 뚜렷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재경지역 지청장 역시 “너무 변화가 크다.”면서 “대규모 후속인사가 불가피해 검찰 내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반해 평검사 회의를 주도했던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이번 인사안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면서 “인사안이 지나치게 급진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검사들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cho1904@

◆청와대 입장

청와대는 11일 검찰 수뇌부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김원치 대검 형사부장 등 일부 고위 간부가 용퇴를 거부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일부 검찰 간부들의 잔류 의사에 대해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열심히 일하다 보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범계 민정2비서관도 “기수파괴형 발탁인사를 해놓고,나가 달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다른 고위관계자는 “최소한 신임 총장기수인 사시 13기는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13·14기에게 기회가 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냉정히 진단했다.정상명 법무부 차관이 17기인 만큼 가능한 한 15·16기들도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27내각’ 발표에서 사시 23기인 강금실 법무장관을 발탁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몇 기가 되든 검찰은 자기 소신껏 직무를 다해달라.”고 당부했었다.그러나 노 대통령은 9일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조직의 현 상층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문제있던 시절에 많이 젖어있던 사람이 빨리 교체되면 좋지 않겠나.”라고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냈었다.

검찰조직의 안정도 우려하고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검찰 고위간부들이 이번 주까지 용퇴를 할지,잔류를 할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후속 인사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그나마 청와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대목은 평검사들이 “대체적으로 인사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용퇴 대상자들이)떠나면서 ‘조직 흔들기’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소영기자 symun@
2003-03-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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