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군밤

[길섶에서] 군밤

이경형 기자
입력 2003-02-14 00:00
업데이트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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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불 위에 원통형 철망 석쇠를 얹어 놓고 밤을 굽는다.밤이 튀지 않고 잘 벌어지게 밤 머리에 칼집을 살짝 낸 뒤 약한 불에 굽는다.

봄이 다가오는지 창 밖의 겨울비도 그렇게 차게 느껴지지 않는다.양철 집게로 밤을 돌려가며 불이 골고루 닿도록 한다.칼질이 서툴러 칼집의 깊이가 들쭉날쭉이었는지 어떤 것은 속살이 잘 익는데,어떤 것은 벌어지지도 않고 껍질에 불만 붙는다.적당히 촉촉한 느낌이 있는 밤은 잘 익지만 마른 것은 금방 타버리기 일쑤다.

자세히 살펴보니 벌레 먹은 밤이나 흠집이 있는 밤은 제대로 구워지지 않거나,구워도 속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병든 밤을 구워보면 좋지 못한 냄새가 나고,씹어보면 역하다.

밤이 겉으로는 다 멀쩡해 보이지만,구우면 성한 밤과 상한 밤이 금방 드러난다.멍석 위에 쌓인 밤 더미에서 먹기 좋은 알밤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다.하물며 요즘 한 길 속도 모르는 사람을 고르는 일이라니.

이경형 논설실장

2003-02-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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