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사회를 만들자]제1부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 ③ 남북관계와 국민통합

[수평사회를 만들자]제1부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 ③ 남북관계와 국민통합

입력 2003-01-14 00:00
업데이트 2003-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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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북정책의 중요성

김대중 정부의 업적 평가에서,대북정책만큼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도 없다.

한편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일관된 대북포용정책 추진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반면,다른 한편에서는 일방적인 ‘퍼주기’식 정책에 대한 비판이 매우 거센 것이 사실이다.이러한 소위 ‘남남갈등’은 여야 정당간의 정치적 대결 차원은 물론,이념적으로는 진보와 보수,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영남,그리고 세대에 있어서는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대결이라는 다차원적인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최근의 한반도 정세는 대북정책의 중요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공화당 부시 대통령 취임 이래 점차 강경해지던 미국의 대북정책은 지난 9·11 테러 사건으로 더욱 강경 방향으로 선회하였으며,이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 시인,핵 연료봉 봉인 제거,IAEA 핵사찰단 추방,그리고 심지어는 NPT 탈퇴 등의 극단적인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따라서 노무현 새 정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내 갈등을 조정·통합하여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처럼 합의된 대북정책의 추진은 대내적으로는 국민통합에 기여하고,대외적으로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2.대북정책'南南갈등'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국민들은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는가? 지난해 5차례에 걸친 KSDC의 전화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국민들의 의견은 갈라져 있다.

지난해 5월 조사에서 “체제와 상관없이 대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문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각각 58.9%와 41.1%였다.

또 8월 조사에서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는데,반대 의견이 상대적으로 다소 증가하였으나 전체적인 결과는 비슷했다.‘보통’이라고 답한 사람을 제외하면,찬성 의견이 53.45%,반대 의견이 46.55%를 차지했다.

이러한 의견 대립은 이념간,세대간,지역간 갈등과 연결돼 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진보적 성향이 강한 사람에 비해 대북정책에서 강경 입장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것이 세대간,지역간 갈등과 중첩돼있다는 것이다.5월의 조사에 따르면,20대와 30대 응답자 중에는 대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비율이 각각 68.4%와 63.7%로 전체 평균인 58.9%를 상회한 반면,50대 이상 응답자의 찬성 비율은 49.3%로 전체 평균에 훨씬 못 미쳤다.

지역별 분석에서도 광주·전남북 지역 응답자의 찬성 비율은 71.60%인데 반해,대구·경북 지역 응답자의 찬성 비율은 51.3%에 불과했다.두 지역간에는 무려 20%포인트 이상의 차를 보이고 있다.

결국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민들간의 의견 대립은 단순한 정책 견해의 차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갈등을 반영하는 동시에,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두 개의 균열 축인 세대간,지역간 갈등과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바로 이런 의미에서,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대북정책 추진은 국민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3.대화.포용의 대원칙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는 앞에서 제기한 두가지 견해의 차이가 사실상 그리 크지않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에 대한 찬반 논의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과장된 면이 적지 않다.양측 견해는 기본적으로 같은 원칙에 기반하고 있으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일단 북한을 상대함에 있어 무력이나 강압보다는 대화와 포용이 필요하다는 기본 원칙에는 양측 모두 동의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을 비판하는 전문가 중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무력과 강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또 일반 국민들도 강경책보다는 대화를 압도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북핵 위기가 불거진 지난해 12월27∼29일의 KSDC 전화설문조사에 따르면 ‘강경 대처’를 선택한 응답자의 비율은 19.7%인데 반해,‘대화로 해결’을 선택한 응답자의 비율은 무려 76.0%에 달했다.결국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대화와 포용을 추진하면서 받는 것 없이 너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주기만 했다는 것이다.

즉,모든 국가간의 관계에서 적용되는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상호주의 원칙에 있어서도 양측 견해차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 옹호론자도 상호주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다만 비판론자에 비해 보다 장기적이고 덜 엄격한 상호주의를 선호할 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북한에 양보함으로써 얻게 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보다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은 북한보다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이러한 장기적이고 여유로운 상호주의 원칙의 적용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내 전문가 및 국민들간의 의견 대립은 얼마나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할 것인가로 압축된다.이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양측의 견해 차이는 동일한 기본원칙 위에서 나타나는 정도의 차이로서,얼마든지 타협과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며칠전 북한의 급작스러운 NPT 탈퇴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새 정부의 과제는 대북정책에 관한 국내적대립과 갈등을 슬기롭게 조정·통합하여,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대북정책 방향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통합이라는 대내적 목표는 물론,한반도의 평화 유지라는 대외적 목표의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4.새정부과제

북한이 또다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국제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핵무기 개발 및 확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나아가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핵무기 보유와 사용능력을 갖춤으로써 현재의 체제와 정권을 지속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따라서 남북기본합의서(1991년),한반도 비핵화선언(1992년),북·미 기본합의서(1994년)와 수조원의 비용을 들이는 경수로 건설도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면 NPT를 탈퇴할 이유가 전혀 없다.그런데도 북한은 NPT를 탈퇴하면서도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모순적인 표현을 덧붙였다.이는 핵개발은 그것대로 완성시키고 국제사회의 저지 노력은 협상을 통해 회피하겠다는 것을 말한다.그런데도 일부에서는 협상의지를밝힌 것에 주목하면서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북한의 강경 조치들은 모두 미국과의 협상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만 보며 위기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

북한에 핵개발은 두가지 목표를 갖는다.하나는 핵무기 보유를 통해 남한 및 주변국 국민을 담보로 어떤 외부세력으로부터도 북한의 현 체제를 보장받고 김정일 정권을 영속시켜나갈 수 있게 하는 수단인 것이다.나아가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대등한 군사력에 기초한 협상력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한국에 당당하게 지원과 협조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북한이 선택한 체제유지의 유일한 노선이 바로 수령을 대신한 국방위원장의 ‘강성대국’이고 ‘선군정치’이었던 것이다.

물론 북한의 그같은 강경조치는 전술적 측면도 있다.적어도 미국이 이라크전과 한반도 등 두 곳에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최대한 강경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한이 노무현 정부로의 교체과정에 있다는 것과 최근의 반미운동과 친북정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그리하여 북한은 핵개발을 끝내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향후 강경조치 뒤에 일련의 유화조치를 취함으로써 남한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좇아서 대치의 길로 가서도 안 되겠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유야무야하고 군사적 협박전략에 굴복하는 패배주의로 가서도 안 된다.상황이 복잡할수록 간단하게 생각해야 한다.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할 것인가,아니면 저지할 것인가를 먼저 선택하고 핵무기 보유를 결단코 허용하지 않겠다면 누구의 협조를 받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자명하다.첫째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와 주변국 협조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김정일체제의 최대 목표는 남한사회까지 주체사상에 의해 지배되는 통일국가를 만드는 것이다.그렇기에 우리에겐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자 의무다.

둘째는 국민적 합의조성에 나서야 한다.미국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지금 우리사회는 심각한 국론 분열의 위기에 와 있다.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포용 우선주의 세력’과 햇볕정책에 반대하는 ‘검증 우선주의 세력’간에 이념적,정책적 차이가 계속 확대일로에 있다.

이제 세계사적 발전과정에서 보여진 보편적 가치와 합리적 인식을 통해,그리고 남한과 북한의 반세기에 걸친 발전과정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국민적 합의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포용 우선주의 세력’이나 ‘검증 우선주의 세력’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구축이라는 점을 간과해서 안 된다.

◆기획의도 및 필진

대한매일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국민대통합을 통한 초일류 국가건설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는 시리즈를 기획·연재하고 있습니다.이번에는 ‘남북관계와 국민통합’이란 주제의 기획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기획의 대표집필은 김욱 배재대 교수와 김광동 나라정책원장이 맡았습니다.
2003-01-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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