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들은 살아있다/상상속의 동물 찾는 탐험일지

그래도 그들은 살아있다/상상속의 동물 찾는 탐험일지

입력 2003-01-10 00:00
업데이트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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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나오는 바다괴물 자이언트 크라켄.8m에 달하는 거대한 몸통에,그 두 배를 넘는 다리를 지닌 상상 속의 오징어 괴물이다.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키클롭스는 또 어떤가.계략가 오디세우스 일행을 위협한,눈이 하나뿐인 기괴한 거인이다.

인공위성,첨단장치의 잠수함이 하늘과 바다 구석구석을 이잡듯 뒤지는 정보시대.세상에 남은 비밀은 없다고 일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그러나 가뜩이나 강퍅한 시대에 그건 서글픈 일이다.독일 구텐베르크 대학의 생물학자인 로타르 프렌츠가 쓴 책 ‘그래도 그들은 살아 있다’(이현정 옮김,생각의나무 펴냄)는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전설이나 신화에 등장한 상상 속 생명체를 찾아나선 이들의 이야기에 잃었던 꿈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동물들을 천착하는 학문인 ‘신비동물학’(Cryptozoology).책은,세상이 터무니없다고 제쳐버린 존재를 확신하고 ‘의미있는 허송세월’을 한 동물학자들의 탐험일지다.신비동물학의 계보가 되는 사연들은 코넌 도일의 모험소설 ‘잃어버린 세계’를 첫 대면할 때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신비동물학자들은 문학작품이나 신화에서 소재로 등장한 괴물들이 그럴 만한 근거를 가졌을 것이란 ‘직관’에서 연구를 시작한다.

자이언트 크라켄은 완전한 허구였을까.잠수함이 없던 1870년에 거대 오징어에 대한 줄 베른의 상상은 어디서 근거했을까.고래나 선박보다 큰 오징어를 목격한 뱃사람들의 증언이 그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다는 것.앵무새 부리 같은 딱딱한 턱뼈를 가진 거대 두족류의 시체를 발견한 덴마크의 자연과학자 야페투스는 1857년 마침내 ‘아르키테우티스’(‘오징어류 중의 최고’란 뜻)란 새로운 속(屬)을 등재했다.

뿐만 아니다.1999년 세계적 권위단체인 스미스소니언협회의 탐험대도 뉴질랜드 해안 앞바다에서 전설의 자이언트 크라켄을 찾아나섰다.판타지의 괴물은 그렇게 ‘사실’로 접근해간 것이다.

신비동물학자들의 끈기 덕에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도 조금씩 실체를 얻었다.이마에 구멍뚫린 동물의 해골은 지금도 지중해섬에서 곧잘 발견되는데,이는 몸집이 작은코끼리 ‘피그미 코끼리’라는 것.그리스인들이 코끼리 코가 있었을 해골의 구멍에 눈을 상상했다는 주장이다.

곳곳에서 판타지가 만발한다.그러나 풍부한 학술자료를 동원해 논리적 균형을 잃지 않는다.책에 등장한 동물학자들의 탐구대상과 방법은 다양하다.네스호에 산다는 괴물 네스는 생김새가 닮은 수룡에서,북아메리카에서 목격되는 ‘숲의 사람’ 빅풋은 화석인류 네안데르탈인에서 각각 존재의 뿌리를 더듬는 식이다.

신비동물학 자체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았다.신비동물학이란 용어는 벨기에의 동물학자 베르나르트 회벨만스가 1955년 쓴 책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에서 처음 정립된 개념.회벨만스는 수마트라섬의 오랑펜덱,히말라야의 예티 같은 유인원을 비롯해 선사시대 종족 등 미지의 동물 100여종을 맨처음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신비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은 상상의 생명체를 찾아나서는 이들을 “지독한 낭만주의자”라고 했다.비밀이 없다는 건 낭만이 없다는 것.

과학적 근거를 밑천으로 잊었던 판타지를 일깨우는 책에서 큼직한 삶의 메타포를 덤으로 건져올릴 수 있겠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2003-01-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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