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의 할리우드 첫 진출작 ‘찰리의 진실’

박중훈의 할리우드 첫 진출작 ‘찰리의 진실’

입력 2003-01-08 00:00
업데이트 200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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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의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첫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찰리의 진실’(The Truth about Charlie·10일 개봉).‘부기 나이트’의 마크 월버그,‘미션 임파서블 2’의 탠디 뉴튼,‘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 같은 쟁쟁한 스타들을 기용하고 1억여 달러를 쏟아 부었으면서도,영화는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와 한참 거리를 두고 있다.아마도 ‘양들의 침묵’의 조너선 드미 감독이기에 허용된 실험일 듯.

미술품중개상인 남편의 잦은 출장으로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레지나(탠디 뉴튼)에게 남편의 사망소식이 전해진다.알고 보니 남편은 수시로 신분을 바꾸며 산 전직 미 대사관 무관실 직원.레지나는 남편의 본명이 찰리이며,3년전 인질 구출작전 때 몸값인 600만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라면 사라진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스릴러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겠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여행길에서 만나 레지나를 적극적으로 돕는 조슈아(마크 월버그)와 이일상(박중훈)을 비롯한 인질구출작전 참가요원 3명 등 ‘큰돈’을 둘러싼 인간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

어쩔 수 없이 쫓고 쫓기게 되지만 긴박한 순간에는 서로 도움을 주는 등 이들의 관계는 참 묘하다.선악관계도 불분명하고 사건 전개도 모호한 가운데,단지 물질에 의해 희생되고 불안에 떠는 인간의 심리만이 부각된다.

영화는 이같은 상황을 표현하고자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의 문법을 차용했다.들고찍기·점프컷 등 평범한 관객이 보기에는 낯설고 불편한 화면이 연속된다.감독은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피아니스트를 쏴라’를 중간에 삽입하는 등 누벨바그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형식실험이 습작처럼 거칠기만 하다는 점.과도하게 카메라를 흔들고 화면 연결이 자주 끊기면서 안 그래도 모호한 이야기를 더 알 수 없게 만든다.전형적인 스릴러로 시작해 멜로와 코미디를 버무린 내용도 혼란스러운데,화면까지 매끄럽지 못하니 산만함이 증폭된다.

그래도 박중훈의 모습은 반갑다.대사는 많지 않지만 힐끗 쳐다보고 지나가는 표정에 우수가 담겼다.‘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뛰는 장면도 패러디했다.각각의 인물을 부각하는 영화라 배역의 비중도 큰 편이다.박중훈은 할리우드 차기작으로 동양남자와 백인여자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를 골랐다.여름쯤 시나리오가 나온다고.‘찰리…’는 오드리 햅번과 캐리 그랜트가 출연한 63년작 ‘샤레이드’의 리메이크 판이다.

●김소연기자 purple@kdaly.com
2003-01-0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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