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일의 국제경제 읽기/미국인들 연말 ‘알뜰쇼핑’

백문일의 국제경제 읽기/미국인들 연말 ‘알뜰쇼핑’

백문일 기자
입력 2002-12-03 00:00
업데이트 2002-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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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일찍 나오는(early bird)’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이른 아침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쉽게 찾는다는 서양 속담에서 비롯됐다.

골프장에 일찍 나오면 요금을 할인해 주는 시간도 ‘얼리 버드 티 타임’이라고 한다.그러나 이 말을 정말 실감나게 쓰는 때는 연말 쇼핑시즌이다.

11월 4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부터 성탄절까지를 보통 연휴 쇼핑시즌이라 부른다.특히 추수감사절 다음날은 ‘검은 금요일’이라 한다.

1987년 10월19일 뉴욕증시가 폭락한 ‘블랙 먼데이’에 빗댄 말이다.주가가아닌 물건 값이 할인 세일 때문에 크게 떨어지는 것만 다르다.

올해에도 백화점과 할인점,아웃렛 몰들은 이날 새벽 5시에 일제히 문을 열었다.일찍 나오는 사람들만을 위한 특별 품목도 마련됐다.

월 마트는 14인치 TV를 150달러에 팔았고 K마트는 50∼75%의 할인율을 내걸었다.대폭 세일을 실시한 네브래스카주의 한 가구점에서는 개점과 함께 수백명의 고객이 몰리는 바람에 52세의 여성이 바닥에 넘어져 병원에 실려갔다.

특히 올해에는 경기침체의 여파로소매점뿐 아니라 소비자들간의 구매경쟁도 치열해졌다.소매점들은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고 앞다투어 ‘박리다매’에 나섰다.

근로자 해고와 증시침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비자들은 한푼이라도아끼려고 장사진을 이룬다.

월 마트는 지난달 29일 14억 3000만달러어치를 팔아 하루 매출로 최고치를기록했다.지난해 12억 5000만달러보다 14%나 늘었다.그러나 연말까지 이같은 매출이 계속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월가는 연말 소비 증대에 잔뜩 기대하고 있으나 단기간의 반짝 세일로 끝날수도 있다.할인율이 높아 매출이 늘어도 기업들의 이윤은 미미할지도 모른다.

워싱턴 근교의 한 아웃렛 몰은 오랜만에 ‘검은 금요일’의 특수를 누렸다.그러나 주로 중저가 의류와 장난감,소형 전자제품에 쇼핑객들의 발길이 몰렸다.

어린이 옷을 1∼10달러에 파는 한 전문 의류점은 값을 치르기 위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반면 가구나 컴퓨터,고가 의류나 전자제품을 다루는 상점과 백화점은 평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머니가 얇아져 싼 것만 찾는 미 소비자들의 세태는 경기회복을 기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mip@
2002-12-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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