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委 시정권고 묵살에 ‘고충’

고충委 시정권고 묵살에 ‘고충’

입력 2002-10-11 00:00
업데이트 2002-10-11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현대판 신문고제도’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李沅衡)의 ‘행정처분 시정권고’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솜방망이로 전락하고 있다.중앙부처와 일선 행정기관이 권고사항을 무시하고,또 일부 기관은 사법부 판례와 상급기관의 명령마저 묵살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정권고 묵살사례

경남 통영시는 지난 69년 국도확장공사 과정에서 편입된 박 모씨의 토지를 30여년 동안 보상하지 않고 있다.이에 고충위가 시정권고를 했지만 통영시는 해당 토지에 대한 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됐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이는 지난 97년 8월에 내려진 대법원 판례를 무시한 행위이기도 하다.판례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도로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 개인토지에 대해서는 취득시효 주장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고충위는 서울 마포구에 대해 강 모씨가 부동산매입과정에서 과·오납한 취득세와 등록세 등 지방세 5억 9000여만원을 ‘행자부 지방세 심사결정’을 근거로 환급해줄 것을 권고했다.그러나 마포구는 고충위의 권고에 대해 30일 이내에통보해야 하지만 이 규정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조 모씨가 체결한 부동산매매계약이 취소됐음을 알면서도 취득세와 재산세 등 700여만원을 부과해 조씨가 이를 체납하자 급여압류 등을 통해 강제징수해 시정 권고를 받았다.인천 서구도 성모씨가 건축부지 매입과정에서 과오납한 등록세 등 2억 3000여만원을 돌려주지 않아 고충위가 시정권고를 했지만 수용불가 통보를 했다.

국방부는 송 모씨가 복무 중 발생한 질병으로 응급전역한 뒤 심장이식수술을 받았지만 국가유공자등록신청 안내 등을 하지 않았고,치료비 6300여만원도 환급해주지 않고 있다.또 민간병원 위탁치료비 한도액을 500만원으로 설정해 고충위로부터 제도개선 권고를 받았지만 국방부는 예산의 한계성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국가보훈처 역시 최 모씨가 군복무 중 발생한 질병으로 국방부로부터 공상판정을 받고 응급전역한 뒤 치료 중 사망했지만 유전질환이라는 등의 이유로 국가유공자등록 거부처분을 내렸고 이에 대한 고충위의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다.

◆문제점과 대책

고충위의 시정권고가 강제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따라서 해당기관은 시정권고를 통보받은 후 30일 이내에 고충위에 불·수용 통보만 하면된다.이럴 경우 민원인은 소송 등을 제기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민원인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경우 해당기관은 피해보상액에 대한 소송비용과 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등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돼 고충처리위 권고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옴부즈맨 제도를 통한 행정부의 시정 권고를 우리나라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충위 송창석 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행정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구습에서 벗어나 국민의 고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2002-10-11 25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