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특집/ ‘풀뿌리 정치’ 변화의 몸부림

지방자치 특집/ ‘풀뿌리 정치’ 변화의 몸부림

최용규, 김충환, 김익식 기자
입력 2002-09-23 00:00
업데이트 2002-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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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2기 중반 이후부터 불기 시작한 지방자치제도의 변화 바람이 민선 3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자치단체장들은 소속 정당이나 지역을 불문하고 자율권을 확대해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들을 이번 임기 내에 마무리짓겠다는 태세로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전국 16개 시·도 지사들도 24일 청주에서 협의회를 갖고 지방선거법 개정 등을 요구할 예정이고,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10월 말쯤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초청,간담회를 열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현 자치제도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을 짚어본다.

◆지방자치제 소프트웨어의 변화는 가능한가.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황대현 대구 달서구청장) 공동회장단은 지난 11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전격 회동,9개 정책건의안을 채택했다.

협의회가 내건 최대 화두는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다.이 문제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한매일 명예논설위원인 김동훈 충남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학계 및 시민단체 등은 “정치권이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 폐지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공천권을 무기로 기초단체장을 자신의 영향력 하에 계속 묶어 두려는 것에 불과하다.”며 제도 개선을 주문하는 상황이다.

지방재정 확충방안도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협의회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보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특히 지난 95년 민선단체장 취임 이후 지자체들이 재정난 타개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경영수익사업을 벌였다가 대부분 실패한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전 유성구청장을 지낸 송석찬(민주당)의원은 “기초단체의 자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제 개혁이 시급하다.”면서 “지방세 성격의 국세와 과거 지방세로 있다가 국세로 바뀐 세목은 지방세로 과감히 전환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안 가운데 일부 사안은공적인 측면보다는 기초단체장의 이해관계에 직결된 사안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자치단체장도 국회의원처럼 후원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구청장은 “쓸 곳은 많은데 쓸 돈은 없다.”면서 “이럴 경우 자치단체장들이 업자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탄식했다.

그러나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그들이 후원회를 개최할 경우 각종 관급공사 및 개발사업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는 업자들의 보험성 후원금이 줄을 잇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협의회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자치단체장의 연임 제한제도(2선까지만 허용,초대에 한해 3선) 역시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철폐하자는 분위기다.

협의회는 이밖에도 자치단체장에 대한 공직 사퇴 시한 단축,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청구 징계제도 반대,주민소환제의 조건부 도입 찬성,선거직 공무원에 대한 연금 적용 등을 요구했다.

◆칼자루를 쥔 정치권 입장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하다.핵심 사안인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후원회 제도도입등에 대해 자치단체장들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지방자치위원장인 허태열 의원은 “현행대로 기초단체장은 정당공천하고 기초의원은 공천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의 기본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의 후원회제 도입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정치권은 정책결정권과 집행권을 가진 단체장이 후원회를 열 경우 지역상공인들의 줄서기가 예상돼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입장은 민주당 김성순 지방자치위원장도 마찬가지다.“기초의원도 사실상 내천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정당공천을 안 해도 정당을 기댄 선거는 불문가지”라고 진단했다.

◆선진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우리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다.하지만 기초단체장들의 95% 이상이 무소속일 만큼 정당공천제는 유명무실하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주용학 정책전문위원은 “이는 중앙정치의 여파가 생활행정가를 뽑는 지방자치에 파급되는 것을 주민들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지역(Non-partisan)이 98년 현재 80%를 상회한다.

반대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을 채택하고 있고 특히 스웨덴,스위스,프랑스 등은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고 정당에 투표,정당별로 지지표를 얻은 수에 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한다.정당공천제가 확립된 독일의 지방자치는 전 국민의 정치학교이자 실습장이다.

자치단체장의 연임 제한과 관련,일본은 제한하지 않으며 3회 이상이 47%이고,11선(選)만 3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용규기자 ykchoi@

■“세목조정으로 지방재정 확충”

단체장 3기 출범에 즈음하여 지방자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다음 몇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우선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우리나라는 정당의 이합집산이 심하고 공천에 따른 부작용이 많다.

지역사회의 분열,공천헌금,인사청탁,정책간섭 등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도 정당공천제는 당분간 폐지되어야 한다.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정당공천이 거의없다.

둘째,단체장 선거시 후원회가 꼭 필요하다.깨끗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단체장이 선거에 필요한 경비를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단체장들이 불법적 정치자금의 굴레에 걸려들거나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깨끗한 선거와 건전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선거공영제와 후원회제도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셋째,주민청구징계제도는 반자치적인 제도이다.주민이 뽑은 단체장을 중앙정부가 파면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차라리 민주적 주민소환제를 신중히 도입하여 주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국세와 지방세의 세목조정을 통하여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자치단체 파산제와 같은 극단적 제도는 시간을 두고 검토해도 늦지 않다.

다섯째,단체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할 때 선거일 6개월 전에 사퇴하도록 한 것은 일반공직자들을 60일 전에 사퇴하도록 한 것에 비해 형평이 맞지 않는다.이것은 행정의 공백을 늘리고 자치단체장의 권리를 과도하게제약할 뿐 아니라 헌법의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단체장의 임기를 3선에 한정한 것도 주민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다.선진국처럼 주민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섯째,단체장은 다른 공무원과 똑같은 법적 의무와 제약을 받으면서도 은퇴 후 생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연금제도에 있어 자치단체장을 배제할 필요가 있는가. 단체장도 지역 주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은퇴 후 최소한의 생계대책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김충환/서울구청장협의회장 강동구청장

■“특정당 독식 공천제 폐지 마땅”

전국 232개 기초자치단체들로 구성된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최근 지방자치제도 개선과 관련,모두 9개 항의 대정부 건의안을 제출했다.

건의안 가운데 일부는 지나치게 자치단체장들의 입장과 이해만을 고려한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동안 학계나 시민단체 등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지를 표명한 내용들이다.

우선 정당공천제의 폐해·부작용에 대해서는 여러번 지적한 바 있고 6·13지방선거에서도 이같은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무엇보다 지역별로 특정정당이 단체장은 물론 지방의회까지 독식함으로써 지방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물론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다.다음 지방선거 전에 최소한 기초자치단체만이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할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이 자치단체장에 입후보하는 경우 후보자 등록신청 전에 사퇴해야 하지만,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경우 선거일 180일 전에 사퇴하도록 되어 있어 형평성이 결여될 뿐 아니라,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이는 국회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견제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고 보며,행정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자치단체장의 공백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 청구 단체장 징계제도는 지방자치의 본질에 배치되는 것이며,주민소환제의 도입이 타당하다.하지만 모든 선거직 공무원에게 적용해야만 동의하겠다고 조건을 붙이는 것은 오히려 설득력이 약하다.자치단체장도 일종의 선출직공무원인 바 연금제도를 적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자치단체장도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임에는 틀림없다.하지만 현실 풍토상 자치단체장에 대한 후원회가 반대급부 없이 올바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김익식/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경기대 교수
2002-09-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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