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8·15 민족대회에 담는 소망

[시론] 8·15 민족대회에 담는 소망

강만길 기자
입력 2002-08-14 00:00
업데이트 2002-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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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민족통일 대회가 2001년 평양대회에 이어 2002년 서울대회로 열리게 되었다.6·15 선언 후라 해도 서해교전 직후에는 감히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민족대회가 가지는 의미는 우발적이건 그렇지 않건 일단 일어난 충돌사건을 전에 없었던 유감표명으로 풀어냄으로써 성립하게 된 민족대회라는 점에 있다.

휴전조약 후 남북사이에 많은 충돌이 있었으나 솔직한 유감표명으로 문제를 풀어간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다시는 그 같은 충돌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앞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또다시 어떤 일시적 장애요인이 생긴다 해도 그것에 구애되지 않고 쉽게 풀어 가는 전례를 만들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민족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 가는 것은 물론 정상회담·장관급회담 등 정부차원 회담이다.그러나 그것들이 가능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남북민간에 의한 통일운동이라 할 수 있다.이번에는 장관급회담과 민간운동이 동시에 이루어졌지만,앞으로는 설령 정부 차원의 접촉이나 회담이 어렵게 된경우라 해도 민간 차원통일운동이 그 실마리를 열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민족통일대회는 지난해 평양대회와 함께 남북의 많은 민간인이 접촉한다는 점에,그리고 특히 남쪽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6·15 공동선언 후 남북 사이의 인적교류가 크게 활성화한 것은 사실이다.평양의 보통강여관에서 자고 아침 먹으려 식당에 가면 여기가 서울인지 평양인지 모를 정도로 남쪽 사람이 많은 것에 놀란다.그러나 6·15 공동선언 후 급증한 남북 사이의 인적교류,특히 민간교류는 주로 남쪽 사람이 북에 가는 교류에 한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민족대회가 북쪽 사람이 남쪽에 오는 인적교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100명의 북쪽 민간인이 남쪽에 오고,앞으로 남북축구대회 및 부산 아시아경기대회를 통해 많은 북쪽 민간인이 남쪽에 오게 되었다.특히 아시아경기대회에 응원단이 온다니 북쪽 사람이 남쪽에오는 인적교류에 큰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다.

말이 같고 풍습이 같은 동족이지만,남북 사이에는 분단 이후 오랫동안인간적인 진솔한 접촉이 거의 없었으며,그 때문에 처음 만나면 어색하고 겉치레가 앞서게 된다.그러나 몇 번 만나면 같은 민족으로서의 인간적 신뢰가 쉽게 생기고,동년배면 술자리라도 만들고 말을 놓고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체제니 이데올로기니 하는 것을 한 꺼풀만 넘어서면 그 속에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 있고 동족이 있게 마련이다.

이번 민족대회는 100명의 북쪽 민간인이 남쪽에 와서 동족으로서의 인간적 교류를 가진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짧은 기간이지만 모든 것을 넘어서 다만 인간으로서의 교류,동포로서의 교류만이 이루어지고,100명의 교류가 앞으로 1000명,1만명,나아가서 7000만의 교류로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하여 경의선과 동해선이 이어지고 금강산 육로관광 길이 열려서 휴전선이 군사대결선이 아닌 이름뿐인 경계선이 되어,남쪽 초·중·고·대학생들이 수학여행 가서 저 웅대하고 화려한 고구려 문화유적을 보고,북쪽 학생들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신라·백제 유적을 보러 수학여행 오는 데까지 남북관계가 진전되기바란다.

남북을 막론하고 그 기성세대는 민족사의 내일을 짊어질 2세 젊은이들에게 조상들이 남겨놓은 값진 문화유산을 고루 보여주어야 하는 책임,어떤 이유로도 거역할 수 없고 변명할 수 없는 엄숙한 민족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할수 있다.

이번 8·15 민족대회가 그 책임을 완수하는 데까지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
2002-08-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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