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네 꿈★대로 해라!

[열린세상] 네 꿈★대로 해라!

이재현 기자
입력 2002-08-07 00:00
업데이트 2002-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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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는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에서 제목을 따왔다.이 작품의 매력은 일단 등장인물들이 고식화된 드라마 말투가 아니라 오늘날 젊은 세대가 쓰는 구어를 구사한다는 점에 있는 듯하다.문법에 맞지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더라도 구어는,특히 젊은 세대의 구어는 당대의 삶을 구체적이고 역동적으로 드러낸다.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의 대사에는 욕도 많이 들어있다.게다가 인디 밴드의 키보드 주자와 치어리더와 같은 직업 설정이라든가 주인공들의 패션,그리고 주인공들이 부모세대에 대해 보여주는태도 등이 맞물려서 오늘날 젊은 세대가 생동감있게 묘사되고 있다.

월드컵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드라마가 나왔다는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월드컵 내내 나를 들뜨게 했던 것은 축구 자체의 재미나 4강 진출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힘이었기 때문이다.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선수들과 태극문양의 페이스 페인팅을 한 길거리의 응원단의 젊은 힘 말이다.물론,이런 식의 얘기에 대해서는 곧장 반론이 들어올 것이다.한국 승리의 원동력은 선수들 사이의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탓이고 700만 길거리 응원단에는 아줌마,아저씨,그리고 아이들도 있었다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방식으로 삶을 역동적이고 생기있게 살아가려는 것에 관한 것이다.대표 선수 중 이번 월드컵 최대의 수혜자는 외국에 진출한 차두리나 이을용이 아니라 단연코 김남일이다.명랑하고 유쾌한‘날라리’ 캐릭터의 전형인 김남일은 특유의 솔직하고,당당하고,거침없는 사고방식과 말투로 10대의 인기를 끌고 있다.나도 홍명보가 아니라 김남일이 더 좋다.

최초에는 소수의 서포터들,그리고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조직된 ‘붉은 악마’들을 거쳐서 길거리에 모이기 시작한 젊은 세대들,그리고 무엇보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여성들이야말로 이번 월드컵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TV가 보여준 아저씨,아줌마,아이들,할아버지,할머니,스님,유생 등등의 열광하는 모습에서도 내가 본 것은 자신의 삶을 더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끌어 나가려는 젊은 얼굴이었다.그런 월드컵을 한번 크게 맛보았으니 누구나 이제는 과거처럼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 지 만 10년 되는 해다.그 이후 신세대니 X세대니 하는 말들이 유행했다.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에는 N세대가 언론과 기업 마케팅의 초점이 된 바도 있다.이번 월드컵 기간에 신문들은 W세대 혹은 R세대를 이전의 N세대와 비교하는 기사들을 내보내기도 했다.이름이 무엇이든 간에,또 비교되는 표면적 특징이 무엇이든 간에,젊은이들의 젊음이란 영어 ‘다이내믹’의 그리스 어원인 ‘뒤나미스’로 요약할수 있을 것이다.뒤나미스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태의 힘이다.영어 어휘에서 역학,발전기,다이너마이트,심지어 왕조 등의 단어가 모두 이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태극기를 등에 두른 채 기말고사를 보러온 대학생들을 신세대 ‘애국심’이란 관념으로 이해하려 한다거나 굳이 쌀미자를 써서 미국을 표기하자는 오늘날 10대들의 감각을 80년대의 반미의식과 억지로 연결시키려고 하는 것은 난센스다.젊은 세대는 역동적으로,그런 만큼 미숙하게,그러나 각자 나름대로 어디로인가를향해 가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이래의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그대로 놔둔 채 “고정관념대로 해.” “통념대로 해.” “관례대로 해.”,그리고 무엇보다 “법대로 해.”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차라리 그보다는 “네멋대로 해라.”가 훨씬 더 시원하게 들린다.한국 사회 전체를 위해서나 시민개개인의 삶을 위해서 그렇다.

최근에 상영에서의 검열 시비가 일고 있는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는 70대 노인들의 성생활을 정면에서 다룬 작품이다.뒤늦은 발견이었지만,우리 사회의 70대도 젊은 세대 이상으로 제 삶을 역동적으로 살아가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그렇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네멋대로 해라,그러면 꿈☆은 이루어진다.”

이재현(문화평론가)
2002-08-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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