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게이트 ‘몸통’ 베일벗나

윤게이트 ‘몸통’ 베일벗나

장택동, 박대출 기자
입력 2002-01-08 00:00
업데이트 200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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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21 대주주 윤태식씨의 로비 반경은 예상보다 더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정보통신부에 적극적으로 접근하고,거물급 변호사를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7일 소환된 정보통신부 노모 국장(2급)을 시작으로 ‘윤태식 게이트’ 수사는 본격적으로 정·관계 고위층을 겨냥할 것으로전망된다.

[정보통신부 최고위층 접근] 윤씨는 정통부에 집요하게 접근,사업 확장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검찰은 노 국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패스21 주식 200주를 보유하고 있는 노 국장은 지난 98년 기술정책심의관재직 당시 윤씨를 알게된 뒤 99년 정통부 모 부서에 패스21의 지문인증시스템이 도입될 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씨는 같은 해 12월 지문인식기술 인증 요청을 위해 당시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을 찾아갔다.이 자리에는회사 창립부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모 경제신문사장K씨도 동석,윤씨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이후 남궁 장관은 패스21 사무실을 찾아가 기술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윤씨 관계는?] 윤씨가 남궁장관을 방문할 당시실무부서에서 장관 보고용으로 작성한 패스21 관련 자료가2000년 7월 국정원측으로 보내진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당시 정통부 실무자를 소환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등국정원과 패스21의 관계를 조사중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윤씨가 전직 고위 관료 등과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다는 첩보를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받은 것일 뿐 비호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국정원과 윤씨의 관계를 풀어줄 수 있는 열쇠로전 국정원 4급 직원 김모씨를 지목하고 있다.지난 87년 윤씨의 ‘해외 납치극’을 직접 수사하기도 했던 김씨는 98년 국정원에서 퇴직한 뒤 2000년말 패스21 계열사 이사로등재됐다.윤씨로부터 수천만원대의 자금을 받은 흔적이 포착되기도 했다.검찰은 도피중인 김씨를 체포하기 위해 전담반까지 투입,검거에 나섰다.

[김성남 부패방지위원장 내정자와의 관계] 김 위원장 내정자는 지난해 패스21의 고문변호사를 맡았다.고문료는 현금대신 스톡옵션을 주는 것으로 계약했다. 김 위원장 내정자는“지난해 11월 고문변호사를 그만두면서 스톡옵션을 포기했고 주식이나 금전적 이익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문변호사로서 스톡옵션을 받은 것이 법적으로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정확한 경위는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이다.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김 위원장 내정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현금이 아닌 스톡옵션을 제공한 것이 아닌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

■국정원 경제단-벤처 관계.

국가정보원은 왜 벤처와 관련을 맺게 됐을까.

국정원이 윤태식씨의 패스21 관련자료를 정보통신부로부터보고받은 사실이 7일 밝혀지면서 국정원과 벤처와의 관계에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이 정통부로부터 패스21자료를 보고받게 된 의문을풀려면 현 정부 출범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취임 초기 벤처 육성을 IMF 위기를 타개할 국가적 사업으로 제시했다.또한 안기부의 국내정치 불개입을 내걸면서 이름도 국정원으로 바꿨다.

국정원 경제단은 이런 배경아래 창설된 만큼 벤처정책과관련해 일정 역할을 맡게 됐다.유망 벤처사업 등에 대한 권력 핵심부에 올릴 보고서를 자주 작성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업무였다고 할 수 있다.

정통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각 부처가 벤처에대해 국정원측에 많은 업무 협조를 했다”고 말했다.패스21관련자료를 작성한 한 실무자는 “국정원이 보고서를 받은2000년 12월을 전후해서는 벤처와 관련한 요청을 가끔 해왔다”고 말했다.이러한 전후사정으로 경제단 등의 직원들은벤처관련 정보수집에 상당한 비중을 둘 수밖에 없었다.우량과 불량 벤처기업을 가려내고,자금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일도 해낸 것으로 전해진다.당시 내부에서 벤처관련 정보가치를 높게 매겼다는 얘기도 들린다.

벤처업체들도 국정원측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볼 수 있다.

유망정보를 얻거나 정치권,또는 정부관련 부처에 줄을 대기위해서도 필요했던 것이다.

정리해보면 국정원의 벤처관련 업무는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정책적 차원에서 시작됐다.그러다가 양자간은 물론 정치권,정부부처,언론기관 등으로 이해 당사자가 확대됐고,일부는 ‘검은 커넥션’으로 변질된 것으로 요약된다.그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벤처관련 정보수집에서 국정원측이 자기정화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때 국정원경제단에 대한 감찰활동은 거의 생각할 수도 없었다는 말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엿볼수 있다.

박대출기자 dcpark@
2002-01-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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