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할당부터 동기식(LG텔레콤) 사업자를 우대하겠다.” 정보통신부가 올초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동기식(미국식)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내놓은 ‘첫 당근’이다.그 원칙은 줄곧 변함없다고 밝혀왔다.

양승택(梁承澤)장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위원회에서 “사업자간 합의가 안되면 동기식 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약속도 했다.지난달 초에는 기자들에게 실무 국장을 통해 확인도 시켜주었다.

그러나 주파수 할당경쟁은 정반대의 결과로 종지부를 찍었다.SK텔레콤이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황금대역’인 중간대역(B대역)을 따냈다.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절반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1위 사업자답게 ‘든든한 뒷심’을발휘한 것이다.

반면 패배한 LG텔레콤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발표 첫날인 28일에는 거세게 흥분하더니 하루 만에 풀이 꺾였다.약자의 한계를 스스로 깨닫고 반발의 날개를 접은 것이다.

정통부는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방안”이라고 강조했다.주파수 간섭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선택이라는설명이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주겠다’는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이 없다.오히려 “LG텔레콤이 요구하는 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변했다.식언(食言)에 대한 자기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두 가지를 짚을 수 있다.첫째,약속을 하기 전에 책임질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옳다.IMT-2000 주파수의 3개 대역에 대해 정밀한 분석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그런데 정통부는 각 대역의 차이를 뒤늦게 깨달았다.사업자들이 B대역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기 시작한 뒤에야 사안의중대성을 인지한 것이다.

정통부 관계자들에게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뭐냐고 물으면 거의 예외없이 주파수를 으뜸으로꼽는다.미래의 IT는 ‘주파수와의 전쟁’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그런데도 이런 근시안을 또다시 노출했다면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둘째,정통부는 신의를 스스로 저버렸다.그 선택이 불가피했다면 자기 반성이 앞서야 한다.눈앞의 것만 쫓다가 결국 멀리 보지 못했음을 솔직히 시인해야 옳다.

또다시 구렁이 담넘어가듯 넘어간다면 근시안 정책은 내일도,모레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대출 디지털팀 차장 dc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