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인기열풍속 현대극 “맥 못추네”

사극 인기열풍속 현대극 “맥 못추네”

윤창수 기자
입력 2001-09-13 00:00
업데이트 200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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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의 사극과 시대극의 인기 열풍 속에서 현대극은여전히 추풍낙엽 신세이다.지난주 드라마 인기순위를 살펴보면 ‘태조왕건’‘여인천하’‘명성황후’ 등 사극 3편이 상위를 점하고 있다.게다가 시대극인 ‘매화연가’의 시청률도 껑충 뛰어올랐다.‘매화연가’는 ‘오싱’과 같은 한여인의 성공담에 삼각관계라는 멜로의 긴장감과 성동일,김형자,변소정의 감초 연기가 적절히 어우러져 급격히 인기가 올랐다.

현대극은 ‘그여자네 집’과 ‘수호천사’,그리고 KBS,MBC의 일일연속극만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MBC가 전반적인 시청률 침체를 만회코자 야심차게 시작한 미니시리즈인 ‘선희진희’‘반달곰 내사랑’은 사극의 기세에 밀려 10%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KBS의 새 미니시리즈 ‘순정’도 10%가 안 되는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다.

◆현대극의 생존방식=현대극은 사극에 비해 극적 긴장감이떨어진다.인물의 성격도 현대극에서는 사극만큼 악한 인물이 등장하기 어렵다.KBS 윤흥식 주간은 “현대극의 얄팍한감성이 역사적 사실이 주는 극적 효과를 못 따라간다”고지적했다.

‘그 여자네 집’의 인기요인은 철저한 현실밀착이다.맞벌이 부부의 갈등이 갖은 논쟁과 화제를 낳으며 시청자들을끌어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수호천사’는 줄거리는 만화같지만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 현실감있고 생생하다는 점이 인기요인이다.

◆사극 열풍의 문제=사극은 오락적인 드라마보다는 역사에대한 관심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하지만 최근 ‘태조 왕건’이나 ‘여인천하’가 역사적 고증보다는 작가의상상력에 기반한 줄거리 전개에 치중하면서 갖은 문제점을낳고 있다.‘태조 왕건’은 삼국지의 고사를 베낀다거나 권모술수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여인천하’ 또한선정적인 화면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방송사들은 ‘흑묘백묘’(黑猫白猫)식으로 “시청률이 좋으면 사극이든 현대극이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MBC는 ‘상도’,SBS는 ‘대망’,KBS는 ‘제국의 아침’‘사대신검’등 대형사극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다.하지만 사극은 현대극에 비해 제작의 어려움이 크다.촬영장소,배우 등이 현대극에 비해 제약이 심하고 제작비도 많이 든다.시청자들에게 역사관을 심어주게 되므로 충실한 고증에도 항상 신경써야 한다.

사극 ‘장녹수’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탤런트 박지영은“TV를 바보상자로 만드는 것은 시청자 자신”이라면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따지지 않고 사극이 인기를 끌면 사극이 최고라며 사극만 보는 시청자들의 편견과 이에 발맞추는 방송사의 기획이 문제”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2001-09-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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