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중국쌀이 몰려온다

집중취재/ 중국쌀이 몰려온다

김성수 기자
입력 2001-08-08 00:00
업데이트 200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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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개방 앞두고 본 실태.

'중국쌀이 몰려온다' 오는 2005년에 쌀시장이 추가개방되면 중국쌀이 국내 쌀산업에 최대의 위협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중국은 최근 5년간 쌀수출을 크게 늘려 세계 3위의 수출국에 올라섰다.지난 3년간 수출량이 평균 300만t으로 세계 전체 수출량인 2,400만t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쌀시장이 부분개방된 이후 지난 95∼2000년까지 수입된 쌀중 76.1%가 중국쌀이다.태국이 11.4%,인도 10.5%,베트남 2%선이다.

◆중국쌀의 가공할 위력.

중국쌀의 국내 수입가격은 지난 95년 t당 442달러였으나 98년 366달러,지난해에는 266달러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있다.t당 432달러(2000년 기준)인 미국쌀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쌀의 국내 수입가격이 매년 낮아지는 것은 중국이 지난 97년부터 수매가(국내가)를 계속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수매가는 t당 130달러.중국국내가격에 비해 국산쌀이 14배 가량 비싼 셈이다.

이같은 가격경쟁력을 토대로 중국은 최근들어 2모작·3모작의저품질 쌀 대신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고품질의 자포니카쌀 생산을 늘려 한국과 일본 쌀시장을 노리고 있다.

최근 중국 현지조사를 마친 농림부 조사단에 따르면 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랴오닝(遼寧)성 등 중국 동북3성에서는 한국쌀과 비슷한 품질의 쌀이 국내 쌀가격의 6분의1수준인 3만원(80㎏)에 거래되고 있다.생산량도 연간 국내쌀생산량(529만1,000t)의 2.4배나 된다.바닷길로 1∼2일이면 국내에 도착할 수 있다.때문에 쌀시장이 추가로 개방되면 중국쌀은 국내 쌀농가에 가공할 위협요소가 될 것이 확실하다.

◆거꾸로 가는 수매가 정책.

반면 국산쌀의 수매가는 지난해 t당 1,800달러 수준.중국쌀의 7배,미국쌀의 4배에 이른다.쌀시장 완전개방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정부는 수매가를 매년 올려 국내외 가격차가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쌀의 국내외 가격차가 커질수록 개방충격이 커지기 때문에 수매가정책이 잘못 운용돼온셈이다.

◆정부 대응은 소극적.

중국쌀이 가진 이같은 폭발적인 위력 때문에 쌀시장이 완전개방되면 국내 쌀농가는 또한번 홍역을 치러야 한다.그러나 당국은 이렇다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국내쌀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농규모를 키워 생산비를 낮추고,고품질쌀 개발을 통해 중국쌀과의 차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崔世均)국제농업연구실장은 “중국은 이미 90년대 들어 한국·일본 시장을 노리고 고급미 생산 위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면서 “중국쌀은 향후한국 쌀산업의 존립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어풀이.

◆관세화=수입물량의 제한을 완전히 철폐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전면적인 시장개방’으로 볼 수 있다.

쌀이 관세화가 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따라 관세율이 매년 2.5%씩 낮아져 국내 쌀시장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최소시장접근(MMA)=Minimum Market Access.관세화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부분적인 개방’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UR협상에서 이 방식에 따라 95∼2004년까지 10년간 국내 쌀 소비량의 1∼4%를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했다.

김성수기자 sskim@.

●쌀협상 어떻게되나.

쌀시장 추가개방 협상은 2004년 1월부터 12월 사이에 하도록 돼있다.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 따라서다.

협상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우선 현재 진행중인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협상이 2003년말까지 완료된다고 가정하면 쌀협상은 2004년부터 농업협상과는 별개로 진행된다.

그러나 WTO농업협상이 2003년까지 끝나지 않으면 쌀협상과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이 경우 쌀협상과 농업협상이 서로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쌀협상에서 나올수 있는 결론은 크게 세 가지다.먼저 우리측 요구대로 쌀을 관세화(전면개방) 유예품목으로 계속 연장하는 것이다.현재로서는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관세화 유예 연장을 따내더라도 우리측으로서는 쌀수출국들에게그에 상당하는 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크다.쌀대신 다른 품목의 개방폭을 대폭 넓히거나 2004년까지 적용됐던 국내 소비량의 1∼4%선을 훨씬 넘는 쪽으로 쌀 의무수입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예상된다.두번째는 사실상 쌀시장 전면개방으로 볼 수 있는 관세화로 바뀌는 경우이다.이때는 관세율을 몇 %로 할지 등에 대한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하다.우리 정부는 쌀의 관세화품목 전환을 가정한 대비책도 이미 내부적으로는 검토하고 있다.그러나 국내쌀의 경쟁력이 낮은 상태에서 갑자기 ‘바람막이’를 없앨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마지막으로 협상시한인 2004년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이때는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가게돼있다.현재 쌀은 관세화의 ‘예외품목’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결론을 못내리면 쌀도 예외조항을 적용받지 못해 관세화 조치를 따라야 한다.우리 정부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관세화 유예조치는 ‘동전의 양면’과같아서 이번에는 UR때와 달리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2001-08-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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