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상생의 해법찾기

[데스크 칼럼] 상생의 해법찾기

양승현 기자
입력 2001-07-27 00:00
업데이트 2001-07-27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며칠 전 출근한 뒤 e메일함을 열어보니 숭실대 교수이자소설가인 조성기씨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조 교수와는 생면부지다.메일에는 기고가 첨부되어 있었다.대한매일 7월7일자에 실린 ‘지식인들 특정언론 편들기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쓴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의 칼럼에 대한 반론이었다.

조 교수는 ‘똑같은 글을 가지고’라는 제목을 단 글에서모 신문에 쓴 자신의 칼럼이 김 교수로부터 왜 오해를 샀는지 궁금하다고 했다.그런데 하루 뒤 그에게서 다시 메일이왔다.김 교수와 여러차례 e메일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눈결과 서로를 이해하게 돼 글을 게재하지 않았으면 한다는요지였다.

언론논쟁이 정치권의 이념 공방과 얽히면서 ‘편가르기’분위기가 광풍처럼 번지고 있는 터에 그의 결정은 다소 놀라움이었다.없는 일도 사실인 양 만들어 짓뭉개도 시원찮을판에 ‘없었던 일’로 받아들이겠다니 조금은 낯설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적과 동지로 가르는 숱한 말과 글들이우리 사회를 동강내고 있다.말이 된다 싶으면 대통령도 ‘정육점 아저씨’로 급전직하(急轉直下)다.침묵은 더이상 금이 아니다.글쓰기가 두려운 이유다.

그러나 뱉고 나면 그뿐이다.공존(共存)의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야당의 서울국세청 방문조사만 해도 그렇다.군사독재 시절에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시녀’라는비아냥이 끊이지 않았는데,어찌된 일인지 이제는 입법부와행정부간 ‘쫓고 쫓기는’ 기막힌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청장과 연락이 안돼 안따까울 뿐”이라는 서울청 직원의 궁색한 답변과 “언젠가 꼭 손볼 것”이라는 의원들의 으름장만이 오간다.

야당에서 ‘대통령 탄핵’ 발언이 나올 만큼 금도(襟度)와는 담을 쌓은 현실에서 공존을 들먹거리는 것은 한가한 얘기로 들릴지 모른다.민주당 추미애 의원과 소설가 이문열씨간 곡학아세(曲學阿世) 논쟁이 “정치를 잘못 배웠다” “그의 문학에서 역사와 정의를 찾을 수 없다”는 반론,재반론으로 이어지는 시대다.날카로운 비수가 오가는 상황에서‘공존’과 ‘상생’이 틈입할 자리는 없어보인다.

짐작컨대 조 교수가 반론을 게재하지 말아 달라는 것은 반론의 악순환이 서로에게 상처만 입힐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결과다.서로 승자(勝者)가 되는 공존의 중요성을 대화과정에서 느낀 것은 아닐까 한다.

우리 사회의 편가르기가 지루하게 한달여를 끌어왔지만,이제 겨우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발된 언론사 사주의 사법처리 문제와 내년 대선국면에서 후보간 언론관에 대한 TV토론 등 넘어야 할 고비들이 적지않다.후보의 언론관은 TV토론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고,편가르기는 그 때쯤 가면 최고점을 막 통과하게 될 것이다.그냥 묻어두는 게 좋을 법한두 교수의 작지만,상생의 해법찾기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려는 이유는 이러한 현실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까닭이다.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색깔론·지역주의로 깊어져 가는우리 시대의 갈등과 반목이 정말 ‘국민 우선정치(한나라당)’나 ‘정권재창출(민주당)’로 치유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양승현 정치팀장 yangbak@
2001-07-27 6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