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화선’임권택감독 “회화와 영상 멋진만남 될것”

‘취화선’임권택감독 “회화와 영상 멋진만남 될것”

황수정 기자
입력 2001-07-19 00:00
업데이트 2001-07-19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임권택 감독(65)이 최근 98번째 영화를 크랭크인했다.

그 날은 이른 아침부터 찌는 듯 무더웠다.태흥영화사가 만드는 ‘취화선’의 제작발표회가 있던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필동의 남산골 한옥마을.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행여라도 분장이 얼룩질까 배우들은 내내 어쩔 줄 몰랐다.눈썹 하나 꿈쩍않는 이는 오직 임감독 뿐이었다.새로운 영화를 찍는, 결연한 자세를 나타내듯 머리는 바짝 짧게 자른스포츠형이었다.

“내 대표작은 다음 영화”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명장답게 제작 일성도 듬직했다.그는 이번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림을 소재로 영화를 찍는다.

“‘춘향뎐’에서는 판소리와 영상을 조화시켰지요.이번에는 소리가 아니라 그림입니다.회화와 영상이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만날 수 있을까,요즘은 온통 그 생각뿐이에요.” 몇달동안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해왔던 임감독이다.“‘서편제’처럼 기억에 남을 길고 좋은 길을 찾아 몇달이나 헤맸는데,아직도 못 찾았다”며 한숨을 섞었다.며칠전까지도남도쪽으로 촬영지를 뒤지고 다니느라 얼굴이며손이며 새까맣게 탔다.

‘취화선’은 19세기 조선의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1843∼1897)의 일대기를 얼개삼아 그의 예술혼과 한(恨),사랑이 얽힐 영화다.시나리오는 도올 김용옥이 맡았다.제목뜻 그대로 ‘그림에 취한 신선’ 장승업 역에는 최민식.그가 평생동안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 매향 역에는 유호정이캐스팅됐다.전작들과는 달리 신인을 뽑지 않았다.

“막연히 장승업의 생애를 영화로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오래됐어요.한 20년전부터니까.그런데 검증된 자료가 제대로 있어야 말이지.그러다 지난해 12월 서울대에서 장승업 전시를 하길래 이젠 때가 왔구나 하고 덤벼든 거라고.영화개봉은 아마 이르면 내년봄쯤 될 걸로 봐요.” 제작비는 약 50억원.“한 30억원쯤 생각했는데,하다보니너무 커졌다”고 그는 말했다.철저한 고증에 촬영시설을따로 갖춰야 하는 시대물이라 예상치 않게 제작비가 많아졌다.

그가 ‘국민감독’을 넘어 세계적 감독으로 우뚝 선 건이런 덕목 때문일 것이다.만들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모두들 외면해버린 소재와방식.지금 장승업이라니….사실 요즘 영화판에서 수십억원씩 모으는 것은 일도 아니다.

‘대박’영화가 투자자의 꿈을 부풀리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웬만한 데뷔작도 50억∼60억원은 거뜬히 모은다.새로 ‘입봉’하는 새내기 감독들도 이돈으로 서너달만에 ‘뚝딱’영화 한편을 끝낸다.또 요즘 찍는 영화는 모두 연말크리스마스 대목을 겨냥하는 것이다.이런 마당에,임감독은왜 영화찍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그런 어려운 길만 찾아다닐까.그의 대답은 민망할만큼 속깊고 여유있었다.

“생각해보니 장승업과 나는 아주 많이 닮았습디다.그는화가로서 한평생을 살았고, 나는 감독으로 긴세월을 살고있어요. 창작의 환희를 생명줄 삼아 살았다는 것도요.장승업의 그림인생과 내 영화인생이 조용히 합쳐지는 영화가되는 겁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느리게 느리게,후회없도록 꼼꼼히’ 영화를 찍겠다는 ‘장인의 고집’이 그의 느린 말투속에 여실히 담겨 있었다.

황수정기자 sjh@
2001-07-19 15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