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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교전규칙이 능사인가

[오늘의 눈] 교전규칙이 능사인가

노주석 기자
입력 2001-06-06 00:00
업데이트 200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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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나 교전상황에서 우리 군의 행동수칙을 규정한 유엔사교전규칙과 합참 작전예규는 군사2급 비문(秘文)으로 분류돼 있다.각 군은 이를 준용,군별 특성에 맞는 작전예규를운용하고 있다.해군은 북한이 영해를 침범할 경우 통신검색-차단-경고사격-위협사격-정선-승선검색-나포 등의 순으로대응토록 수칙을 정해 놓고 있다.군사분계선(DMZ)이나 영공을 방어하는 육군과 공군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영해와 북방한계선(NLL)을 무단 침범한 북한 상선 4척에 대한 군의 대응을 놓고 왜 교전규칙과작전예규를 따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고있다.

그러나 하루 평균 100여척의 다국적 선박이 통행하는 국제항로인 제주해협에서 야간에 북한 상선을 상대로 교전규칙과 작전예규를 적용하는 문제는 생각해봐야 한다.불응하는북한상선에 경고사격을 해야 하고,정선(停船)을 위해서는아군이 승선해야 한다.

물론 선원들이 무장을 하고 있는 북한상선은 엄밀히 말해민간선박이 아니다.그러나 교전규칙 준수는 곧 제주해협이전쟁직전의 상황에 돌입하는 것을 뜻한다.때문에 군 고위관계자는 “교전규칙 대로 작전을 펼치기보다는 극한상황이아니면 사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따랐다”고 털어놓았다.

한때 북한 상선의 NLL 통과와 영해침범에 더이상 끌려다닐수 없다는 강경기류가 군 수뇌부 사이에 형성돼 일촉즉발의위기상황까지 치달았다.대홍단호가 제주해협 진입을 강행한4일 밤 9시를 전후한 시각 구축함까지 동원하는 구체적인군사적 조치도 검토됐었다.

다행히 기세가 꺾인 북측이 상부지시에 따라 영해이탈을밝히고 일본에서 제주해협으로 향하던 청천강호도 기수를돌리면서 위기를 면했다.

전쟁사에서 가정은 금물이라지만,교전규칙과 작전예규대로결행했다면 금강산관광, 남북정상회담,경의선 공사 등 그동안 애써 쌓았던 ‘공든 탑’이 일순간에 무너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이 국제적 관심 속에 으르렁대는 형국으로치달으면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우리 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졌을 게 뻔하다.교전규칙 준수만이 능사는 아니다.

노주석 정치팀 차장 joo@
2001-06-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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