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관광객 500만시대의 허실

[오늘의 눈] 관광객 500만시대의 허실

임병선 기자
입력 2000-12-08 00:00
업데이트 200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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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3시 김포공항 국제선 1청사에서는 큰 행사 하나가 열린다.

올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500만명을 돌파하는 것을 자축하는 자리다.

경사스런 일임에 틀림없다.지난 61년 1만1,109명이던 외래관광객이40년만에 500배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다 98년 400만명을 넘긴뒤 겨우 2년만에 500만명을 돌파했다는 것은 분명 놀랄만한 일이다.

이런 비약적인 성장의 근저에는 문화관광부나 한국관광공사의 노력은 물론,관광업계 종사자들의 노고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여지가 없다.

하지만 분명히 고쳐야 할 것이 있다.90년대 중반 한 신문에 ‘서울에서 3일만 다닐 곳 있어도’란 사설이 게재됐었다.조선 500년 역사의 중심지였던 서울에서 조차 관광객들이 볼 만한 곳이 별로 없었기때문에 그런 글이 실렸을 게다.

그때와 지금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회의적이다. 마을 주민들이 집집마다 아름답게 단장하고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맞이해 다시 찾고픈 마음이 일게 하는 스위스를 들먹일 필요도없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또 오고픈 마음이 들만큼 관광지를 매력적으로 다듬고 친절하면 관광객은 늘어날 것이지만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문화부 예산이 정부 예산의 1%를 넘어섰다고 떠들썩하게 자랑하지만순수 관광예산은 1년에 고작 2,000억∼3,000억원에 불과하다.

관광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부문별로 관광정책을 손질하는 수준에는 왔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배려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맞는 말이다.

비즈니스를 겸한 관광과 순수관광을 구분짓지 않고 무조건 외래관광객으로 통계를 내는 현실도 달라진 게 없다.통계가 부족하면 올바른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

오늘 아무것도 모른 채 입국장에 들어선 한 외국인은 화환을 전달받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또한 공항면세점을 드나드는 외국인들은 1만원부터 5만원까지의 사은품을 떠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될 게다.

그러나 그들이 떠날 때 과연 비슷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오늘도서울의 청계천에서 동구권 손님들을 무슨 ‘거지떼’취급하는 상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우리의 현주소이다.

△임병선 리빙팀 기자 bsnim@
2000-12-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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