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도 첫金 정재은선수 집 표정

올림픽 태권도 첫金 정재은선수 집 표정

이동미 기자
입력 2000-09-29 00:00
업데이트 200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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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가족에게 경사났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시드니올림픽에서 최초로 정재은 선수(20)가 당당하게 금메달을 따내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정선수의 집 앞에 모여 있던 가족과 이웃,동네 태권도장에서 응원온 어린이 30여명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정 선수네가 남들처럼 버젓하게 사는 집안이 아니라 아버지가 실내장식업을 하다 실패해 현재 지하 단칸방에 사는 형편이라 정 선수의쾌거는 가족들과 이웃들을 더욱 기쁘게 했다.

정 선수의 집 앞 주차장에 TV를 설치해 놓고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은 정 선수의 발차기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와” 함성을지르고 손뼉을 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정 선수의 가족은 태권도가 취미인 아버지 정병상씨(50)가 “다들몸이 너무 약하다”며 가족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한 이후 모두 태권도 고수가 된 ‘태권도 가족’.작은오빠 정재원씨(26)도 군에가기 전까지 태권도장 사범으로 활동했다.

딸의 열렬한 팬이자 코치인 아버지 정씨는 딸을 조금 더 가까이서응원하기 위해 지난 27일 시드니로 떠났다.어머니 조영희씨(47)는 막내딸 재은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오빠가 시합에 나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며 “태권도 선수가 되게 해달라”고 마구 졸라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행여 다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한번시작한 일이니 결실을 이루라”고 엄하게 딸을 가르쳤던 어머니 조씨.조씨는 “중학교 때부터 합숙을 시작해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해줬는데 이렇게 장한 일을 해내니 너무 고마울 뿐”이라며 끝내 눈시울을붉혔다. 운동을 시작한 뒤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던 정 선수는 중학교 시절“너무 힘들다”며 운동을 포기하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태권도 가족’의 애정과 격려가 큰힘이 됐다.큰오빠 정재열씨(28·경호원)는“재은이는 오빠 둘과 함께 자라서 씩씩하고 구김살없는 성격”이라며 “지하 단칸방에 사는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우뚝선 동생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작은오빠 정재원씨의 제자인 꼬마 태권도 선수들이 “재은 누나 만세” “나도 커서 금메달을 딸 테야”라고 외치며 발차기를 해대자정 선수의 집 앞은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이동미기자 eyes@
2000-09-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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