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장관·金위원장 면담 007작전 방불

朴장관·金위원장 면담 007작전 방불

김상연 기자
입력 2000-09-02 00:00
업데이트 2000-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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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분야 합의를 둘러싼 진통으로 회담 마감일이 하루 순연되는 등지지부진하던 평양 장관급회담 분위기는 1일 낮 우리측 수석대표인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극비면담사실이 공개되면서 일순 활기를 띠었다.박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과정은 마치 ‘007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에 진행됐다.

◆어떻게 만났나 태풍 ‘프라피룬’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던 8월31일 밤 10시50분 박 장관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훈 청와대 국장 1명만을 대동하고 숙소인 고려호텔을 떠났다.회담기간 내내 이용한 북측의 ‘1호 승용차’ 대신 북측이 제공한 새 승용차에 올랐다.당시 고려호텔 남측 기자실에서는 회담 진행상황과 관련한 브리핑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남측 기자들은 박 장관의 ‘외출’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잠시후 박 장관은 평양역에 도착했다.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용순(金容淳) 대남담당 비서가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함께 열차에 올라 회담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잠시 눈도 붙이면서 7시간만에 김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함경북도 동해안 모처에 도착했다. 박 장관은대기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김 위원장과 만나 아침식사를 함께하면서 3시간 동안 면담했다.면담에는 김용순 비서와 서훈 국장이 배석했다.

면담후 박 장관은 북측이 제공한 특별열차를 이용,평양으로 돌아온것으로 전해졌다.남측 관계자는 “함경북도에서는 오전중 평양행 열차가 없는 점으로 미뤄 북측이 특별열차를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고말했다. 박 장관은 평양으로 돌아올 때도 김용순 비서와 동행했다.결국 박 장관과 김 비서는 15시간 이상 함께 있으면서 또 다른 회담을진행한 셈이 됐다.박 장관은 1일 오후 6시5분쯤 ‘외출’ 7시간15분만에 고려호텔로 돌아왔다.

◆무슨 얘기 했나 박 장관과 김 위원장 간의 면담 성사는 우리측이장관급회담에서 군사적 긴장완화 관련 내용을 공동보도문에 반드시포함시켜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장관급 회담이 난항을 거듭하는 와중에서 전격적으로 면담이 이루어졌기때문이다.김 위원장을 만나고 1일 저녁 호텔로 돌아온 박 장관도 만족스런 표정으로 “면담 내용이 공동보도문 내용과 연결돼 있다”고확인했다.박 장관은 면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진정한 남북화해와 교류를 위해서는 긴장완화가 필수적이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또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에 관한 의견도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3시간 동안 진행된 면담에서 두 사람은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이에따라 북한 경제시찰단의 서울 방문과 북한산 송이버섯 선물 등 새로운 내용이 나왔다.

김상연기자 carlos@.

*金正日위원장 또 '파격'.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일 극비리에 평양이 아닌 지방(함경북도 동해안)에서 장관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을 만난 것은 파격 중의 파격이다.

최고 권력자가 공식 회담중에 있는 상대방 수석대표를 시찰중인 지방으로 심야에 불러 만나는 일은 남북회담 역사는 물론 다른 사회주의 국가 의전에에서도 전례가 별로 없다.

우리측은 김 위원장의 면담 제의를 갑작스럽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번 회담의 경우 일정을 그때그때 통보해줘 우리 대표단의애를 태웠다.31일 낮에도 북측은 김 위원장이 지방시찰중이라는 이유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오찬을 대신 주재,김위원장과의 면담은 물 건너간 것 처럼 보였다.

박 장관이 31일 오후 5시 비밀리에 순안비행장에 갔다가 악천후로고려호텔에 되돌아온 것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 시도 때문이라면,우리측은 31일 오찬이후 오후 5시 사이에 면담 사실을 통보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파격에 대해 일부에서는 “명색이 회담 수석대표인데 심야에 6시간 이상 걸리는 곳으로 오라가라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는 반면,한편에서는 “민족 내부문제에서 굳이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느냐”는 긍정론도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최고 권력자치고는 장기간 지방에 체류하는 일이비교적 잦은 것으로 보인다.김 위원장은 지난 6월29일 원산시에서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의장을 만났으며지난달 9일에도 원산에서 정몽헌 의장을 접견했었다.지난해 10월1일엔 함남 함흥시 흥남구역에 있는 서호초대소에서 정주영 회장을 접견했었다.

김상연기자 carlos@
2000-09-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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