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폐업 첫날 이모저모

의료대란/ 폐업 첫날 이모저모

입력 2000-06-21 00:00
업데이트 200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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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병·의원의 집단 폐업으로 20일 비상진료체제에 들어간 국·공립병원과 보건소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환자들로 붐볐다.

정상진료 의료기관을 안내해주는 응급의료정보센터는 하루 종일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그러나 서울 등 전국의 대형 병원은 폐업 사실이 알려진 때문인지 전날 밤까지 진료 거부와 입원환자 강제 퇴원 등으로 소동을 빚었던 것과달리 오히려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울대학병원은 전체 의료진 1,100여명 가운데 전공의 660명과 전문의 150명이 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의대 교수 250여명이 진료를 전담했다.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10시 집회를 가진 뒤 전원 사표를 제출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는 평소의 25%에 불과한 예약 환자 500여명만 진료를받았을 수 있었다.응급실에서 50여명만이 긴급 투입된 소아과 교수 등 3명으로부터 응급치료를 받았다.58개 중환자실과 응급수술실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신촌세브란스병원도 전공의들이 이날 아침 6시 병원에서 모두 철수함에 따라 외래환자는 평소의 10% 수준,입원환자는 10여명에 그쳤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에는 43개 분만실 침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7곳만이 입원환자로 채워져 있었다.당장 퇴원할 수 없는 분만 후유증 산모들이었다. 반면 국공립병원과 보건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환자들이 몰렸으나 전공들이 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성북구보건소에는 아침 7시 문을 열자마자 환자들이 들이닥쳤다.대부분 감기 등 가벼운 질환자였으나 미리 약을 타거나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도있었다.

국립의료원에도 평소보다 50%가 넘는 초진 환자들이 몰려 의료진을 쩔쩔매게 했다.환자 가족들은 “폐업 첫날이라 고통을 참아가며 집에서 버텼지만정말 이래도 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사무실에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으나 관계자들은 “파국에 이른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2000-06-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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