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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언내언] 고액연봉

[외언내언] 고액연봉

이상일 기자
입력 2000-02-07 00:00
업데이트 2000-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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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에 제일은행장의 연봉은 300만달러(34억원).하루 임금이 1,000만원으로웬만한 근로자 연봉의 절반과 맞먹는다.알리안츠 제일생명의 프랑스인 사장연봉은 100만달러가 넘는다.

신한은행은 행장의 연봉 상한선을 10억원으로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보통은행장 연봉은 1억∼1억6,000만원선.외국 금융기관과 비교해 ‘착취당한다’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넉넉한 연봉을 받는 금융기관장은 뇌물을 멀리하고소신경영을 펼치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영업경쟁은 ‘유능한 최고경영자 모시기’경쟁으로 이어져 높은 연봉이 유행처럼 될 것 같다.외국을 따라가는 셈이다.사실 외국의 경영자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백억,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다.시티그룹의 샌퍼드웨일 회장의 98년 연봉은 1억6,709만달러(약 2,000억원.스톡옵션 포함)였다.

왜 최고경영자 연봉이 높은가.무엇보다 기업 경영자들의 인력 시장이 경직적으로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은 달리기 때문이다.

또 임원들이 ‘끼리끼리 올린다’는 분석도 있다.외국에서는 예컨대 시티은행 행장이 체이스맨해튼은행 비상임이사를,체이스맨해튼 행장은 골드먼삭스증권사 임원을 겸한다.그래서 A사 임원이 B사 임원의 연봉을 올리고 B사는 A사 임원의 연봉을 높이게 된다.궁극적으로 자기 이익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경영자들의 고액 연봉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누군가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영국은 수년전 임원 연봉을 주주들이 승인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우리나라에서는 부실화된 은행을 국민세금으로 살려놓았는데 현재 임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아도 되느냐는 비판적인 눈초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 전문가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는 “화폐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것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은,보통 사람이 결코갖추지 못한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신념을 항간에 유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신념은 하나의 상투적인 기만행위”라며 “화폐에 관해 보통의호기심,근면함과 지성을 가진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잘라 말했다.

역설적인 것은 그래도 금융은 일반인에게 여전히 어렵게 보이며 최고 경영자는 적고 따라서 고액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이다.다만 금융기관장들은 곰곰생각해볼 일이다.고액연봉이 자신의 능력때문인가,아니면 시운(時運)때문인가.그리고 분에 넘치는 ‘공돈’이 아닌가를.

/이상일 논설위원
2000-02-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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