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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언내언] 장애인 불임

[외언내언] 장애인 불임

이세기 기자
입력 1999-08-23 00:00
업데이트 1999-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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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적인 발작으로 자신의 왼쪽귀를 자른 네덜란드의 화가 반 고흐는 자신은 정신병을 앓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끝없이 시달리는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정신지체가 그림을 그리는데 장애가 된 적은 없다고 했다. 정신지체는 유전이라기보다 심리·사회적 환경변화에 따른 충격요인이 대부분이며 꾸준한사랑과 주변의 관심이 이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지난 97년 스웨덴의 유력지 다겐스 니헤테르지는 1935년에서 76년까지 집시나 부랑자,정신지체장애인,미혼모 등 ‘열등하다’고 판단되는 6만명의 강제불임수술을 폭로하여 충격을 던진 바 있다. 각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이 악명높은 나치의 우생학 정책을 연상시키는 악법을 지탄하고 일어서자 스웨덴 정부는 공식사과와 함께 희생자에 대한 보상을 추진해 나갔다.

국내에서도 정신지체장애인 66명이 수용중인 보호시설에 의해 강제불임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김홍신의원이 발표한 ‘장애인 강제불임수술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60개 정신지체장애인 시설에서 83년부터 98년까지 불임수술을 받은 75명중 66명이 강제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신지체장애는 신체장애와는 달리 육신은 멀쩡한데 남보다 지능이 좀 낮은 경우다. 그러나 그들이 정확히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아니다. 2세가 정상적으로 태어날 보장이 없는데다 기를 능력이 없는 임신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임수술을 시술하는 입장에서도 불임수술을 시켜서 남녀가 함께 살게 해주는 것이 인도적인지,수술하지 않고 그대로 결혼을 시킨다음 불행한 가족과 2세를 또한번 만들어내는 것이 옳은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강제불임수술은 엄연한 불법이자 인권유린이다. 더구나정신지체 부모가 정신지체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확실한 임상실험결과도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지능이 낮다고 해서 자녀를 출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에 어긋나는 비인도적 처사다. 프랑스에서는 정신지체 부모가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는 등 선진국에서는 정신지체장애인에게도 임신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신질환자는 드러나지 않은 환자까지 감안하여 120여만명.

갓난아기처럼 천진무구한 그들은 가족과 함께 있을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

그들에게 진정한 가족사랑을 실천시키는 일이 질높은 사회복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무관심 속에 방치하거나 편견을 갖지 말고 따뜻하게 감싸고 사랑하면서 정신지체가 그들의 삶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사회와 주변이 도와줘야한다.

이세기 논설위원
1999-08-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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