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왜 이러나

[사설] 경찰, 왜 이러나

입력 1999-05-01 00:00
업데이트 1999-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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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고 기가 막힌다.지난달 27일 경기지방경찰청장이 폭력계장에게 얻어맞는 하극상이 벌어지더니 그보다 앞서 서울에서 경찰서장이 부하 경관을 폭행해 어금니를 부러뜨린 일이 뒤늦게 밝혀졌다.그뿐인가.근무중인 순경이 만취상태로 옆자리에 내연의 여인을 앉히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후 뺑소니치던 중 또 사고를 내 함께 탄 여인을 죽게한 사건도 있었다 한다.

수원에서 지방경찰청장이 어처구니없는 하극상을 당한 날 양평에서는 무기고의 총을 훔친 혐의를 받은 한 경찰관이 감사담당관실의 수차례 소환요구에불응하며 “내가 왜 가느냐.너희들이 오라”며 거부하다가 전격 구속된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경찰 기강이 무너져도 너무 무너진 것 같다.

경찰관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또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남이 보기엔 정신 나간 일을 저지른 경찰관들에게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지 모른다.경기경찰청의 하극상 사건은 단순 술주정으로 변명되고 있다.그러나 우발적인 실수라 하더라도 겨우 1주일 남짓 사이에 이런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한다는 것은 경찰 조직으로서는 용납해서는 안될 일이다.

시민의 재산과 안녕을 책임져야 할 경찰의 근무자세가 이처럼 풀어져서는민생 치안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그러고 보면 탈주범 신창원(申昌源)이 아직도 잡히지 않고 고관 집을 털었다는 도둑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많은 시민들이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보다 더 믿는 것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경찰 기강의 해이는 지난 3월부터 이미 지적돼 온 사항이다.3월초 단행된경찰 사상 최대규모 인사 후유증으로 기강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경찰의 지휘 보고 체계가 엉망이어서 축소·늑장 보고가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것이다.경찰청장이 농협 영등포 지점 현금 도난사건을 이틀 뒤에야 보고받았는가 하면,홍재형(洪在馨) 전 부총리집 강도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알고 격노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인사 후유증이 가라앉을 때가 지났다.그럼에도 경찰 기강이 해이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사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경찰이 흔들려서는 우리 사회가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다.경찰은 시민들이 평소에 피부로 실감하는 국가 공권력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무너지면 국가 공권력이 무너지는 것이고 이는 사회 해체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땅에 떨어진 경찰의 근무기강 확립과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1999-05-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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