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대한광장] 백년간의 대화, 근대화와 세계화

[대한광장] 백년간의 대화, 근대화와 세계화

도진순 기자
입력 1999-04-01 00:00
업데이트 1999-04-01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1년간의 성과에 대해 그간 각계에서 다양한 평가와 검토가 있었다.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이나 남북관계의 진전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국내의 정치개혁이나 실업자 문제에는 미진했다는 비판도 있다.숱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다시 거론하는 것은 보다 거시적안목에서 철학과 세계관,그리고 역사적 평가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잠시 눈을 돌려 1세기 전 역사로 돌아가 보자.당시 우리사회의 화두는 ‘근대화’였으며,그 방편으로 제기된 것이 ‘개혁’이었다.민중세력인 갑오농민군도 ‘폐정개혁안’을 제시했으며,개화파를 비롯한 선진적 근대화론자들도개혁을 주장하였다.

근대화 도정에서 이런 개혁안들은 피상적으로 보면 상당히 비슷한 것 같지만,기저의 세계관을 보면 ‘민족자주’와 ‘민중생존’ 등 두 문제에서 날카로운 대립이 있었다.갑오정권의 수장 김홍집이 광화문에서 민중의 돌에 맞아죽은 것은 이러한 대립이 빚어낸 비극이었다.이후 근대화론자 중에서 ‘민족자주’와 ‘민중생존’을 방기한 자들은 식민주의자로 전락했고 그것을 수렴한 이들은 민족운동의 선진적 견인차로 역사에 등록되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현재의 우리사회의 화두는 ‘세계화’이고,그 방편으로 누구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현재의 문제도 본질적으로는 개혁이냐 수구냐가 아니라,개혁의 방향을 둘러싼 대립이며,그 축은 여전히 ‘민족자주’와 ‘민중생존’이다.더욱이 IMF 위기 후 두 문제는 생활현장에서 깊이 결합하여,이제 국제금융자본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다.

현재는 한반도 휴전상태가 전쟁위기설이라는 대립과 북미·북일 수교라는화해의 양면 갈등을 통해서 다시 조정되는 제도적 전환기이다.즉 우리는 ‘민족자주’와 ‘민중생존’,그리고 남북통일의 문제가 그 어느 시기보다도긴밀하게 연계된 역사적인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철학으로경제적인 위기를 극복하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워싱턴합의(Washington Consensus)나 국제금융자본의 이해에 자주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으며,민중의 생존권 또한 정리해고와 실업으로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있다.

또 한·일어업협정이나 독도문제에서 보듯,일본은 여전히 국가이익에 매우충실하지만 우리는 ‘세계화’에 더욱 충실하다.앞으로 북·일간의 수교가진행될 때,우리가 맺은 한·일간 협약이 하나의 준거틀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1990년 북한 노동당과 일본 자민당·사회당의 3당합의문을 비교하면 그것을 유추할 수 있다.3당합의문에 명시되어 있는,하나의 한국과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5항)나 재일 조선인에 대한 인권과 민족적 권리에 대한 법적보장(4조) 등은 찾아볼 수 없고,약간의 경제적 지원과 일본과의 공동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요컨대 이런 혼선은 ‘국가와 민족의 시대는 가고 이제 세계화의 시대’란 설익은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들이다.

세계유수의 4대 강대국에 휩싸여 있는 한반도가 강대국이 되는 길은 한판승부나 단기간의 전략으로 성공할 수 없다.이것은 무엇보다 세기적인 과업,다시 말하면 자자손손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과업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역사는 ‘대외적 개방’과 ‘민족적 주체’를 겸비하지 못한 극단의 시기,한반도에는 사대·식민·분열·망국이 찾아왔음을 증언하고 있다.

근대화의 도정에서 최고의 개혁가들이던 개화파들의 실수를 ‘세계화’의시기에,그것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반복하지는 말자.장기적인 안목에서 민중생존,민족 자주의 철학으로 차근차근 전진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다.

도진순/창원대교수 한국사
1999-04-01 7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