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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내마음의 풍금’ 이병헌

인터뷰-‘내마음의 풍금’ 이병헌

박재범 기자
입력 1999-03-24 00:00
업데이트 1999-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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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탤런트 이병헌(28)이 달라졌다.오는 27일 개봉할 ‘내마음의 풍금’에서 갓 스물을 넘긴 시골 초등학교 초임 선생님으로 나온 이병헌은 ‘확’ 달라진 연기력을 뽐낸다.

최근 열린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시도 때도 없이 웃음보를 터뜨렸다.“힘들지 않느냐” “그러면 되겠느냐”.총각선생님 입에서 고풍(古風)스런 말투가 능청스럽게 나올 때 마다 관객들은 배꼽을 잡았다.

따뜻하고 순수하며 아름다운 이야기.지난 60년대 시골초등학교를 배경으로한 ‘내마음의 풍금’은 총각선생님과 그를 좋아하는 늦깎이 초등학생(전도연 분)이 엮어 나간다.

“3년만에 영화를 다시 했는데 이제껏 TV 등에서 맡지 못했던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역할이었습니다.오랜만에 ‘내숭’을 떨어 봤지요” 이병헌은 “연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칭찬에 이같이 겸손해 했다.그러나 그는 이번 영화에 이전의 두 배 이상 열정을 기울였다는 게 제작사 ‘아트힐’측의 얘기다.

지난 겨울 강원도의 어느 마을.물에 빠진 전도연을 이병헌이 구하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전도연은 선생님을 대접하기 위해 집에서 몰래 갖고 나온 닭이 달아나자 이를 좇다 그만 강물에 빠진다.물에 뛰어 들어야 할 차례가 된 이병헌.그는 우황청심환 한알을 꿀꺽 삼켰다.차가운 얼음물 속으로 선뜻 뛰어들어 전도연을 안고 걸어 나온 그의 몸은 드라이아이스처럼 뻣뻣해졌다.물에 빠진 닭은 끝내 ‘동사’했다.

“새롭게 변신해야 하는 만큼 신경을 많이 쏟았습니다.영화가 예쁘고 따뜻해 그저 물흐르듯 감정에 젖어 들려 애썼습니다.사춘기 때처럼 얼굴이 절로빨갛게 달아 오르고 감정이 우러나더군요” 평소 성격은 활달한 편이지만 영화에 몰입하다보니 영화속의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맞춰졌다고 한다.

사실 이병헌은 나름대로 단단한 ‘각오’를 갖고 이번 영화에 나섰다.그동안 출연한 영화가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한 탓이었다.그는 데뷔 이래 TV에서는 인기를 끌었지만 ‘런어웨이’ ‘지상만가’ 등 영화에서는 잇달아 ‘참패’를 맛봤다.

그가 기울인 ‘열의’의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엿보인다.그가 영화 속에서입은 재킷은 작고한 부친의 유물.영화의 시대 배경이 60년대인 만큼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하루종일 집안을 뒤져 당시 부친이 입던 옷을 찾아 냈다.

의상전문가들은 “아주 어울리는 옷”이라고 평했다.

정든 학교를 떠나기 전 날 밤 텅빈 교실에서 달빛 아래 풍금을 연주할 때는 스스로도 감정이 고조됐다.기쁘고 슬픈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갔다고 한다.

“가슴이 떨려 아직 영화를 못 보았습니다.새 모습을 보이려 애썼는데 잘됐는지 모르겠습니다.잘 평가해주십시오” 이병헌은 아직도 영화 속의 총각선생님 마냥 떨리는 가슴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1999-03-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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