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부유층도박

외언내언-부유층도박

이세기 기자
입력 1999-01-20 00:00
업데이트 1999-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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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꾼의 심보는 ‘남이 하면 도박이요 내가 하면 오락’이다.도박에 빠지면 날새는 줄 모르고 집과 전답은 물론 마누라까지 팔아먹는다는 고사가 있다.도박을 못하게 손가락을 절단하면 발가락을 동원하고 그것도 안되면 입으로 화투패를 뗀다는 식이다.평생을 노름빚에 시달리다 철창신세를 지는 한이 있어도 한번 도박은 영원한 고질병으로 심화될 뿐이다.그래서 임종을 할때도 의사가 ‘내일 아침 8시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예고하자 영국의 한유명한 도박사는 ‘내가 만약 9시까지 산다면 5기니를 내라’고 내기를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우리나라에서는 백제의 개로왕때 고구려의 간첩(間諜)중이던 도림(道琳)이 개로왕을 바둑으로 유혹하는 바람에 토목공사로 국고를 축내어 백제가 패전했다는 기록이 있다.도박은 가산탕진과 패가망신 등 끝장을 내고야 만다는 차원에서 파멸이나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미국에서도 지난 80년 정신과 의사들이 정식 질병으로 분류한 바 있다. 연례행사처럼 부유층 도박꾼들이 적발되고 있다.이번에는 단 3시간 만에 1억원에서 하룻밤새 수억원,8억짜리 빌라를 날리거나 17년 동안 술집을 해서번 12억원을 고스란히 잃은 사례도 등장한다.주로 돈이 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감독·중소기업 사장의 부인들이 거액의 재산을 탕진하고 남편과의 불화를 겪은 뒤 이혼한 것으로 되어있다.그러나 그들이 도박판에서 흔들어댄 수억원대의 돈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선량한 서민들에게 얼마나 큰낭패감과 허탈감을 안겨주었는지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대부분의 가정은 아이들의 교육비와 집장만을 위해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는가하면 월세,전세를전전하다 10년 만에야 겨우 집장만을 하고 있다.그런 집을 하루아침에 날릴수도 있다는 한탕주의는 모처럼의 값진 성취감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다름없다.가뜩이나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다.시의를외면한 이러한 도덕불감증은 어떤 세찬 비난과 엄한 벌을 받아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도박은 정신병이다.사회발전을 저해하는 독버섯이다.남들이 노력하고 힘겹게 살 때 한가롭게 맥을 빼는 망국병은 가차없는 처벌이마땅하다.적발해봤자 보석으로 풀려나와 또다시 도박을 되풀이하기 전에 도박중독증이 주변에어떠한 해를 끼치는지를 알게 하고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존재인가를 속속들이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1999-01-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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