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채용 목표제 진단­어디까지 왔나

여성 채용 목표제 진단­어디까지 왔나

서정아 기자
입력 1998-12-26 00:00
업데이트 1998-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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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3년… 고시·7급서 50명 혜택/새해엔 20%로 늘리고 9급에도 적용… 공직진출 숨통/인센티브 자극받아 도전자 대폭 증가… 확대 제안도

공직에 여성참여를 높이기 위해 국가고시(행정·외무고시,7급행정)에 여성채용목표제가 시행된 지 3년째다.그동안 이 제도로 시험에 합격,공직에 들어온 여성의 수는 모두 50명이다.내년부터는 9급시험에도 여성채용목표제가 적용돼 여성합격자는 좀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황

여성채용목표제는 당초 시행 첫해인 96년 10%,97년 13%,98년 15%,99년 18%,2000년 20%로 목표가 설정됐다가 99년에 20%를 앞당겨 달성하기로 수정됐다.목표제는 각 고시의 직렬별 및 1·2차 단계별마다 적용되며 모집인원이 10명 이상이어야 한다.여성 합격자가 할당률에 미치지 못할 경우 커트라인에서 마이너스 3점 이내에 있는 여성을 추가로 합격시키는 제도다.행정자치부의 자료를 보면,이 제도로 여성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분야는 7급 행정직이다.

행정고시의 경우 올해 추가합격자 5명 모두가 재경직에서 선발돼 그동안 재경직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여성들에게 숨통을 터주고 있다.

외무고시는 첫해 1명을 제외하고는 추가 합격자가 없다.채용목표제를 적용하지 않고도 여성합격자가 할당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평가

여성채용목표제 실시의 가장 큰 효과는 합격자 숫자 그 자체보다 그동안 고시를 기피했던 많은 여성들을 고시에 도전케 한 인센티브 효과다.

실제로 올해의 경우 행정고시 1차에서 여성응시자가 1,780명으로 총 1만4,338명 가운데 12.4%를 차지했다.또 외무고시는 여성응시자가 556명으로 총 2,144명 가운데 25.9%였다.

여성채용목표제 실시 직전인 95년 행정고시의 여성응시자가 1,206명으로 전체 1만5,660명의 7.7%,외무고시는 여성응시자가 295명으로 2,303명의 12.8%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97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한 여성 사무관은 “학교 다닐 때 여성채용목표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시에 도전할 용기를 갖게 됐다”면서 “채용목표제가 많은 여학생들에게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개발원 金元洪 박사는 “일단 통계상으로 볼 때 여성채용목표제는 효과를 발휘했다”면서 “앞으로 고위직에 여성이 다수 진출하는데도 도움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

정부는 현재 여성채용목표제의 할당률과 모집분야 확대여부 등을 검토중이다.일단 9급시험의 경우 그동안 워낙 여성 응시자 및 합격자가 많았기 때문에 여성채용목표제가 필요없었지만 IMF 이후 상황이 역전되었기 때문에 9급에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당장 올해의 경우 9급시험의 여성합격자 비율이 평균 35%대에서 20%대로 뚝 떨어졌다.취직이 여의치 않은 남성들이 9급시험에 대거 응모했기 때문이다.

또 이달 초 민관합동기구인 정책평가위원회에서 여성채용목표율을 20%에서 2000년도 30%로 상향 조정하고 이를 계속 적용하자고 제안한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중이다.일부에서 30%까지로의 상향조정은 시기적으로도 촉박하다는 의견이 있으나 유엔의 권고안이 30%인 점을 감안,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시에 각종 특혜조치가 많다는 비판을 감안,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徐晶娥 seoa@daehanmaeil.com>

◎논쟁과 문제점/“참여 확대­역차별” 공방 치열/남성 수험생들은 불만… 가산점 감축 주장

여성채용목표제를 둘러싼 논쟁이나 문제점 지적도 많다.

가상과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이나 PC통신의 정부관련 사이트에서 여성채용목표제와 제대군인 가산점제도의 옹호자들이 치열한 논전을 벌이기도 한다.성(性) 대결 양상을 띠기도 한다.

지난 7월 행정자치부가 중앙 및 지방공무원 남녀 각각 250명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의 51.6%가 채용목표제를 적극 찬성한 반면,남성은 54.4%가 반대했다.반대이유는 ‘남녀 모두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공개경쟁과 기회균등이 지켜져야 한다’,‘역차별이다’ 등이었다.

특히 행정,외무고시에서의 여성채용목표제와 관련된 논란이 뜨겁다.행정,외무고시에서는 제대군인 가산점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7급 이하 시험에서는 제대군인과 여성 모두에게 특혜가 제공되지만 행정,외무고시에는 여성만 특혜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점수가 엇비슷한 고시 수험생들 가운데 3점은 매우 큰 점수이기 때문에 남성 수험생들의 불만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군인들의 이같은 불만에 대해서는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와 달리 여성 채용 목표제는 다른 수험생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으며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가 장애인 등에 대한 역차별을 낳지만 여성 채용 목표제는 차별 시정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같은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다 ●7급 이하의 경우 제대 군인은 채용시험에서도 특혜를 받고 채용된 다음에는 호봉이 가산되는 등 이중으로 특혜를 받고 있다는 반론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특히 여성계에서는 여성채용목표제의 목표가 여성의 고위직 진출확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일부 여성 공직자들은 여성채용목표제에 찬성하지만 고등고시에서는 어느 시점이 지난 뒤에는 없어져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낸다.

정부 세종로청사의 한 여성 서기관은 “채용목표제 시행 이전에는 이 제도가 오히려 여성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일단 여성의 수가 늘어난데다 모두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이 서기관은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누가 추가합격자로 들어왔느냐는 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있어 여성합격자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시 수험생들에게 여성채용목표제는 또 하나의 가산점 제도로만 인식된다.국가유공자,제대군인,여성,각종 자격증 소지자들에 대한 가산점이 저마다 적용돼 공무원 시험은 ‘가산점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따라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모든 가산점을 폐지하든지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견해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徐晶娥>

◎외국의 사례/유럽국가들 가장 적극적/스웨덴 평등법서 40%로 규정/노르웨이,중간관리 50% 목표/방글라데시도 20% 비율 할당

여성의 정치 및 공공부문에서의 참여확대를 위한 조치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다.주로 스웨덴,노르웨이,영국,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이같은 조치들에 적극적인 편이다.

바탕이 되는 것은 유엔의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잠정적 특별조치)으로 나라별로 자국 실정에 맞는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이 협약에는 지난 97년 7월 현재 160개국이 가입한 상태.

●스웨덴의 남녀평등법은 남녀가 각각 직장에서 4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그러나 스웨덴도 고위직에서의 여성대표성은 낮아 89년 남녀평등계획을 새로 만들었다.그 결과 90년 7월 현재 중앙행정부의 고위공무원 중 20%가 여성으로 충원되는 실적을 거두었다.86년보다 무려 8%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노르웨이는 지난 81년부터 90년까지 ‘여성지위촉진을 위한 행동계획’을 실시했다.이는 각 성별이 정부기관의 어떤 등급에서라도 40% 이하인 경우,동일한 자격을 갖춘 여성 또는 남성 지원자를 우선적으로 충원할 것을 규정한 것이다.즉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채용 목표제도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91년 현재 노르웨이 여성의 72%가 유급으로 고용돼 있다.노르웨이 외무부는 또 2000년까지 중간 관리직에 여성참여 50%의 목표를 설정했다.

●영국은 지난 91년 10월 당시 25%인 공직에서의 여성참여를,96년까지 50%로 확대하는 조치를총리가 발표했으며 2000년까지 중견관리직에 여성참여 15% 목표치를 내세웠다.

이밖에 방글라데시는 우리처럼 채용에서부터 할당제를 실시,공무원 및 국영기업 내 신규채용자의 20%를 여성으로 하고 있다.그 결과 여성공무원의 비율이 20%로 증가했다.

베트남은 67년부터 공공기관을 포함,기업체 내에도 여성구성비율에 비례해 여성관리직을 두도록 하고 있다.<徐晶娥>
1998-12-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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