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당 웃지만… 赤·綠 연정 산넘어 산/슈뢰더의 독일시대

사민당 웃지만… 赤·綠 연정 산넘어 산/슈뢰더의 독일시대

김규환, 박희준, 이경옥 기자
입력 1998-09-29 00:00
업데이트 1998-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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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시큰둥… 녹색당 정책과 마찰/기민·기사당과 大聯政은 “공약 위반”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사민당(SPD)이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니다.정권을 단독으로 인수할 수 있는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해법은 다른 정당과 연합하는 방안.

우선 떠오는 상대는 녹색당.사민당은 선거전에서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공언해왔다.더구나 녹색당은 선전하면서 사민당과 손을 잡으면 연방 하원에서 의석이 과반수를 넘는다.

그러나 막상 선거결과가 나오자 사민당 지도부는 녹색당과의 연정 구성에 시큰둥하다.한마디로 손을 잡는데 걸림돌이 있다는 얘기다.

녹색당은 특히 △휘발유값 3배 인상 △북대서양 조약기구 해체 △원자력발전소의 ‘즉각’ 폐쇄 △일부 마약의 합법화 등 사민당이 수용할 수 없는 정책들을 고집해 왔다.슈뢰더는 수차례에 걸쳐 녹색당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촉구했었다.

사민당이 택할 수있는 다른 카드는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대(大)연정’을 구성하는 길.이같은 기미를 알아채기라도 한듯 기민당과 기사당 지도부는 ‘연정 협상의 문은 닫혀있지 않다’면서 ‘사민당이 먼저 문을 두드려야 할 것’이라고 흘리고 있다.

그러나 걸림돌은 있다.유권자와의 약속 위반이라는 정치 도의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사민당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대연정’을 구성하는 사태가 일어 나지 않도록 구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PDS)의 의회 진출을 막아달라고 호소했었다.

또 있다.기민당의 자매 정당인 기사당이 ‘대연정’에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기민당이 사민당과 손을 잡기 위해서는 기사당과의 협력관계를 포기해야 하지만 2차 대전후 50년동안 운명을 함께 해온 터이고 보면 ‘대연정’의 길도 험난하기만 하다.<金奎煥 기자 khkim@seoul.co.kr>

◎슈뢰더의 정책방향/복지·외교 등 ‘강한 독일 만들기’ 펼듯

게하르트 슈뢰더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중·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유럽과 미국 등 서방 진영과 동반자 관계수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뭐니뭐니해도 400만명에이르는 실업자 군단을 감축하는 작업.기민당은 이미 선거전에서 10.3%의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 법인세 인하와 임금 부대비용 삭감 등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목청을 높여왔다.공급위주의 해결책이다.

반면 사민당의 슈뢰더는 일자리 공유를 해법으로 제시해 왔다.주당 35∼38시간의 근로시간을 30시간까지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눠갖자는 것이다.고용확대를 위해 노·사·정(勞社政) 3자 연대 가능성이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富)와 사회정의의 조화를 강조해온 슈뢰더는 또 중·저소득층에 유리한 세제개혁을 단행할 것같다.소득세의 최고와 최저세율을 각각 4%포인트씩 낮추고 법인세율은 47%에서 단계적으로 35%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의 복지를 염두에 두는 방안이다.선거기간 최저 및 최고 소득세율을 11.9∼14%포인트,법인세는 빠른 시일안에 35%로 내리자는 세제개혁안을 제시했었던 기민당의 정책과 쉽게 대비된다. 군사 및 외교 정책에서는 독일의 입지를 굳힐 게 확실시된다.유럽과 미국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력하는 ‘대서양주의’를 출발선으로 삼을 것이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의 유럽과 미국의 관계 재정립을 모색할 게 분명하다.

유럽내에서도 친 프랑스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영국과의 양자 연대나 영국 및 프랑스와의 3자연대를 모색해 제 색깔을 내려할 것이다.특히 내년은 독일이 유럽연합(EU) 의장국이 되는 해인 만큼 EU 고용창출협정 체결 등을 통해 외교역량을 한껏 과시하려 들 것으로 전망된다.<朴希駿 기자 pnb@seoul.co.kr>

◎슈뢰더는 누구/‘독일의 블레어’… 상점견습생서 21세기 리더로

독일의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게하르트 슈뢰더(54)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과격한 마르크스주의자를 거쳐 독일 정계의 신세대 정치인으로 떠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1944년 나치병사였던 부친의 유복자로 태어나 편모 슬하에서 다른 4형제와 가난하게 자랐다.17세 때 상점 견습생이 되었으나 야간학교를 다니며 대입자격시험에 합격,명문 괴팅겐 대학 법과에 입학.76년에 변호사가 되었다.

야간학교 재학중이던 63년 사민당에 가입했고 정열적인 활동력과 정연한 논리,탁월한 언변으로 78년 사민당청년조직인 ‘젊은 사회주의자’(유조스)의 의장에 선출됐다. 80년에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래 86년 니더작센 주의회 사민당 원내의장,90년 주총리 등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 들면서 편향된 이념에서 벗어나 사민당의 온건파 지도자로 부상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뛰어난 용모와 화술 등 탤런트적 이미지로‘신(新) 중도’‘제3의 길’을 역설해 변화를 원하는 독일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성편력도 화려해 지난해 9월 세번째 부인과 이혼한 뒤 20세 연하의 기자 출신 도리스 쾨프(33)와 네번째 결혼식을 올렸다.<李慶玉 기자 ok@seoul.co.kr>

◎녹색당의 피셔/세계 첫 환경정당… 거리투사서 정계스타로

사민당의 연정 첫번째 상대로 꼽히는 녹색당은 70년대에 결성된 세계 최초의 환경정당.83년 총선에서 27석을 얻어 연방 하원에 진출한 제3당.통일후에는 옛 동독의 민주화운동 시민그룹 ‘동맹 90’과 통합하면서 급속히 세력을 넓혔고 94년 선거에서는 49석을 얻었다.

지지기반을 넓히기위해 대중적 이미지를 심으려는 온건파들과 당초의 정강을 고수하는 강경파들간의 알력이 있다.올초만해도 12∼13%에 달했던 지지율이 북대서양조약기구 해체 등을 요구하면서 선거 직전에는 5∼7%까지 떨어졌다.

녹색당을 이끄는 인물은 요시카 피셔 녹색당 하원 원내의장(50).환경정당을 정치의 중심무대로 끌어 올린 3선 의원.학력은 고교 중퇴가 전부.

60·70년대 무정부주의 운동을 하다가 70년대말 제도권으로 들어 왔다.극좌파가 나치만큼 비인간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자동차 공장 노동자,야간 택시기사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대학에서 철학강의를 ‘도강’했다.81년 녹색당에 입당했고 연방 의원과 헤센주 환경장관을 2차례 역임했다.<金奎煥 기자 khkim@seoul.co.kr>

◎콜 16년 집권 마감/‘통독의 거인’ 역사속으로…

총선에서 패배해 물러나게 될 헬무트 콜 총리(68)는 독일 통일 달성과 함께 유럽 통합을 이끈 ‘유럽 정치계의 거인’이었다.

1930년 세무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15세때 2차대전 종전을 맞았다.프랑크푸르트 대학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역사와 법률,정치학을 전공했으며 58년에는 문학박사가 됐다.

59년 라인란트 팔츠주(州)의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69년에는 주 총리,그리고 73년에는 기민당 총재로 선출됐다.82년 사민당·자민당 연정이 붕괴되면서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사퇴하자 전격 뒤를 이었다.

통일후 계속된 높은 실업과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싫증이 16년만에 총리에서 물러나게 했다.가족들의 외부노출을 극도로 꺼려했던 것으로도 유명했다.
1998-09-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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