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과 투란도트/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이순신과 투란도트/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임영숙 기자
입력 1998-09-22 00:00
업데이트 1998-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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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이순신’과 ‘투란도트’는 몇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두작품이 각각 올해 한국과 중국 오페라계의 최대 화제작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야외공연됐다.얼마 전 ‘투란도트’는 베이징의 자금성에서,‘성웅 이순신’은 지난 주말 아산 현충사 특설 무대에서 펼쳐졌다.

또 두 작품 모두 이탈리아 작곡가에 의해 작곡됐다.‘성웅 이순신’을 작곡한 니콜로 아우콜라노(55·후로시노네 음악원 교수)는 아직 ‘투란도트’의 푸치니(1858∼1924)처럼 유명하지는 않아도 오페라코치(피아니스트)로 잔뼈가 굵은 작곡가다.지난해 대전국악원에 입교,우리 가락과 장단을 익혀 ‘성웅 이순신’의 관현악 편성에 피리·태평소·장구·북·편종·편경·해금 등 13개의 국악기를 포함시켰다.

‘성웅 이순신’을 공연한 성곡오페라단 白琦鉉 단장은 “이 작품이,베르디의 ‘아이다’와 푸치니의 ‘투란도트’‘나비부인’이 각각 이집트와 중국·일본을 세계에 알린 것 처럼 세계인들에게 한국 이미지를 뚜렷하게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전국 순회공연에 이어 외국공연까지 추진할 작정이다.

그러나 19일 초연된 ‘성웅 이순신’이 ‘투란도트’처럼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충남도와 문화관광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고 우수한 제작진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감동이 부족했다는 공연평이 벌써 나오고 있다.안타까운 일이다.

문화상품의 세계화는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관광객 유치등 중국에 10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안겨준 것으로 평가(파이낸셜 타임스)된‘투란도트’의 성공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80년대초부터 카라얀 등에 의해 자금성을 무대로 한 ‘투란도트’의 비디오화가 추진됐다. 이번 자금성의 ‘투란도트’를 지휘하고 연출한 주빈 메타와 중국 영화감독 장이모(張藝謨)는 지난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공연된 같은 작품에서 미리 호흡을 맞추었고 새로 대본을 만들었다.또 장이모 감독은 자금성을 배경으로 아카데미 수상작 ‘홍등’을 이미 만든 바 있다.주빈 메타 역시 로마 월드컵 3테너 콘서트를 비롯,야외공연 경험이 풍부하다.기획사인 OOS는 지난 87년이집트 룩소르의 피라미드 앞에서 ‘아이다’공연을 성사시킨 야외 오페라공연 전문추진팀이다.게다가 ‘투란도트’의 제작비는 ‘성웅 이순신’의 3배 정도 되는 20억원이었고 출연진과 오케스트라도 국제적이었다.

그렇다고 우리의 ‘성웅 이순신’이 주저앉아서는 안될 것이다.수정·보완을 계속해가면 ‘투란도트’처럼 작곡된 후 70여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작품성만 뛰어난다면 영국의 저예산 영화 ‘풀 몬티’가 영화사상 최대 제작비를 들인 ‘타이타닉’을 수익성에서 앞섰 듯이 성공을 거둘수도 있다.‘타이타닉’이 제작비의 4배 정도 수익을 올린 데 비해 ‘풀 몬티’는 66배의 수익을 올렸다.
1998-09-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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