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업/철선 생산(한국경제 여기에 길이 있다)

신안산업/철선 생산(한국경제 여기에 길이 있다)

김상연 기자
입력 1998-09-21 00:00
업데이트 1998-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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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고기술로 ‘고성장’/직원 21명 ‘초미니기업’… 매출 4년만에 9배로/원자재­환율영향없게 국산 사용.안정된 제조원가 유지/기술력­일서 첨단기술 전수 받아 세계 최고 0.08㎜에 도전/수출력­매출의 절반이상 차지.일에 독점적인 활로 개척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주)신안산업에 전화를 하면 교환원 목소리에 뒤이어 88년 서울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가 흘러나온다.

金禮式 사장(51)이 이 노래를 93년 창업때부터 회사 로고송처럼 여기는 것은 올림픽때 우리 국민이 보여줬던 저력을 가슴에 새기고 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창업 당시 4억원이었던 신안의 매출액은 지난해 36억원을 넘어서 4년만에 9배나 늘었다.IMF한파에도 아랑곳없이 올 상반기 매출도 25억원을 기록,연말까지 6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특히 수출이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3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단연 ‘금메달’감이다.

IMF사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신안의 비결은 무엇일까.

총 직원 21명의 신안은 철선(鐵線)을 만드는 회사다.말이 철선이지 0.9∼0.28mm 두께가 주종이어서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유연하다.철선은 철골을 묶기도 하고 컴퓨터나 선박에 내장된 케이블을 둘러싸는 피복으로도 쓰인다.

t당 30만원대의 원자재를 열처리 가공해 200만원대의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집약형 고부가가치 업종이다.바로 이 대목에서 ‘원자재’와 ‘기술’이 관건임을 알 수 있다.

金사장은 먼저 “가급적 원자재가 국산인 아이템을 고르라”고 충고한다.국산인 경우 환율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제조원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IMF이후 수입 원자재 값이 급상승,하루 아침에 부도를 맞은 업체들에게는 뼈져리게 와닿는 말이다.

신안의 경우 세계 최고 품질의 포항제철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때문에 경쟁국인 중국이나 동남아 업체들보다 품질면에서 우위에 있고,환율변동에도 타격을 받지 않는다.

다음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 확보.이 부분은 신안의 성장사 자체가 그대로 대변해준다.

경영학을 전공한 金사장이 철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삼성건설 과장으로 재직하던 88년.당시 공사현장에서 쓰는 철선을 일본에서 비싼 돈에 사오는 것을 본 金사장은 기술도입 자체가 사업성공임을 확신했다.다른 업체들은 일본에서 기술전수를 꺼려 쉽게 포기한 상태였지만 金사장은 개인적으로 발이 닳게 돌아다녔고,결국 일본과 교류가 있던 인천지역 라이온스클럽을 통해 일본의 철선 제조회사 사장을 소개받았다.

극적으로 기술을 전수받은 金사장은 직접 회사를 설립,0.9㎜ 철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金사장은 일본 정부가 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모든 건물 유리에 미세한 철선을 끼워넣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수요가 늘어난 점을 간파,이번에는 0.9㎜ 이하 두께의 철선 제조기술 도입을 추진했다.

결국 무료로 기술을 전수해주면 신안제품 전량을 일본업체에 고정적으로 넘기겠다는 ‘기발한’ 제안으로 기술도입에 성공하면서 수출활로 개척과 함께 고속성장을 하게 됐다.

현재 월 1,000t의 생산 능력을 가진 신안은 국내외 주문이 밀려 물건을 못댈 정도다.앞으로도 15년 이상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리라는 전망이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이번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0.08㎜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올림픽은 10년전에 끝났지만 신안의 목에 걸린 금메달은 여간해서 내려올 것 같지 않다.<金相淵 기자 carlos@seoul.co.kr>
1998-09-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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