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怪談/서해성 소설가(굄돌)

파시즘 怪談/서해성 소설가(굄돌)

서해성 기자
입력 1998-08-18 00:00
업데이트 1998-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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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날마다이다시피 신문기사나 광고 글귀에서 제국의 나팔소리가 들려온다.그들은 제국의 위대한 지도자들을 연호한다.시황제에서 카이사르,칭기스칸,나폴레옹,저 에굽의 람세스,하물며 히틀러,박정희,영어공용화론까지,때로 터미네이터라는 괴물은 미래의 영도자 혹은 동양적인 관점에서 좀 억지를 부리자면 미륵불의 형상까지 띠고 출몰하고 있다.인터넷은 이들 사이를 매개하는 제국의 거미줄 역할을 수행해내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이들은 대개 역사적인 인물이자 동시에 책이나 영화제목들이다.

옆 뒤 안보고 성장으로만 치닫다 닥친 좌절을 숙주로 하여 언제부터인가 이들은 우리의 일상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시쳇말로 파시즘 괴담이라고 해도 좋을 퇴행적 문화 분위기가 바야흐로 마지못해 근신하던 몸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다만 그 방식이 시장에 맡겨진 것일 뿐,이것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민주주의에 대한 모종의 딴지걸기가 시작되었다는 암시인지도 모른다.비록 곳간이 비었다고는 하나 민주주의 원칙을 구구하게 지켜내는 인내를 귀찮아하는 만큼 파시즘은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독버섯처럼 피어난다는 것을,사회문화적으로 진단해볼 필요가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전제의 유혹은 결코 멀리 않다는 뜻이다.언론 등속에서 이들에 대해 여과없이 책읽기를 권하는 일은 장마진 뒤 걸러내지 않은 물을 마시게 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해 보이기만 한다.

큰물이 쓸고 지나간 구제금융의 여름 끝물, 저녁상을 물리고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끝내 다 읽지는 못할지라도 서로에게 권할만한 책목록을 한번 만들어보는 일은 어떨까.우리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민주화의 노정을 이야기 삼는 것 또한 그에 버금가는 일이리라.참과 정의를 구할진대,도란도란 반짝이는 게 어디 밤하늘의 별빛뿐이랴.

1998-08-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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