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장선거 후유증 클듯

여·야 의장선거 후유증 클듯

김재성 기자
입력 1998-08-03 00:00
업데이트 1998-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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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 폭우가 기습했다.현대는 1,50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정치권은 경성그룹 비리사건을 계기로 사정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오늘 국회는 의정사상 처음 의장을 자유경선으로 뽑는다.감투를 놓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는 것은 요순(堯舜)시대에나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국회의 수장(首長)만은 표대결을 피해온 것이 우리 전통이다.

덕택에 흥미진진한,그러나 결코 뒷 맛이 개운치 못 한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는데 그 대강은 이렇다.

여권의 朴浚圭 후보가 승리하면 한나라당은 내분에 휩싸일 것이다.8·31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 각 계파는 ‘네 탓’공방을 벌일 것이고 모두가 모두를 의심하는 불신의 늪에 빠질 것이다.

반대로 한나라당 吳世應 후보가 승리할 경우 ‘럭비공 정국’이 된다.한나라당의 결속력이 강화되면서 여권이 추진하는 정계개편은 벽에 부닥친다.여·여 공조에도 금이 간다.국민회의는 곤혹스러워지는 반면 자민련은 표정관리는 하겠지만 내심 쾌재를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피차 공동정권에 대해 심각한회의에 빠지게 된다.그렇게 되면 자민련은 일부에서 ‘내각제 연대론’이 고개를 들 것이고 국민회의 내부에서 ‘첸징 파트너’소리가 나올 것이다.

국민신당의 향배도 정국기상에 영향을 줄 변수다.3일 현재 국민신당 소속의원은 8명,이중 5∼6명이 朴 후보,1∼2명이 吳 후보 쪽으로 분류되고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들이 여권으로 완전히 돌아서고 게임의 결과가 여권승리로 끝난다면 국민신당 의원들이 국민회의에 합류,정계개편은 급류를 탈 수도 있다.

지난주 정국을 강타한 경성그룹 수사대상 명단 공개가 기아,청구,PCS비리의혹 등 전면적인 사정태풍으로 이어질지도 관심거리다.‘탈정치,비표적사정’을 원칙으로 했던 정부 여당이 한나라당의 경성관련 선제공격으로 잔뜩 독이 올랐기 때문이다.

사정한파는 여권이 의장선거에 실패할 경우 정국 돌파용으로 그 강도가 한층 더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그래서 사정 칼날이 두려운 한나라당 일부가 의장경선에서 당명을 어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래 저래 끈적 끈적한 계절이다.누가 이기고 지든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더 큰 싸움에 눈을 돌려주면 정치권이라도 쾌청한 날씨를 볼 수 있으련만.<金在晟 기자 jskim@seoul.co.kr>
1998-08-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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