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찰’美의 이상한 침묵/“印尼문제는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

‘세계경찰’美의 이상한 침묵/“印尼문제는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

김재영 기자
입력 1998-05-21 00:00
업데이트 1998-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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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 버릴 경우 국익에 큰 손상”

【워싱턴=김재영 특파원】 인도네시아 사태는 실익을 먼저 고려한다는 ‘미국외교’를 또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인도네시아 사태가 수일간 지속되는데도 미국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마지못해 밝힌 입장은 ‘잘해야 한다’는 게 전부였다.‘세계경찰’을 자임해온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인도네시아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하르토 대통령의 ‘결단’이 밝혀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백악관의 에릭 루빈 대변인은 수하르토 대통령의 담화와 관련, “인도네시아 정부가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치는 정치개혁과 화해문제를 놓고 각계대표들과 즉각 공개적인 대화를 갖는 것”이라고 언명했다.한마디로 ‘좋게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어 “수하르토 대통령이 조기총선을 제의한 사실은 알고 있으나 구체적 일정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더이상 입장을 묻지 말아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미국의 이상한 침묵이나 알멩이없는 언급은 12년전 필리핀 때와 대비시켜보면 더욱 의아심을 자아낸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락살트 상원의원을 필리핀으로 보내 마르코스의 퇴진을 직접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바뀌어서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미국의 실익을 고려한 액션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하르토를 ‘버릴’ 경우 곧바로 닥쳐올 혼란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국익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수하르토의 뒤를 이을 인물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앞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때 식민지관계였던 필리핀에 비해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관계가 ‘진하지 못했다’는 점도 꼽혔을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하여튼 지금까지의 대응으로 보아 수하르토에 대해 미국은 인도네시아의 학생들과는 달리 불확실하고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 크게 보려고 하고 있다고 요약된다.
1998-05-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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