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의 역사/존 우드퍼드 지음(화제의 책)

허영의 역사/존 우드퍼드 지음(화제의 책)

입력 1998-03-10 00:00
업데이트 1998-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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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로 다룬 인간의 허영심

인간의 허영은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사랑하면서부터 시작된다.그 대표적인 예가 나르시스다.그리스 신화 가운데 가장 불행한 인물로 꼽히는 나르시스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눈물겨운 사랑을 하다가 끝내는 죽고 만다.이러한 나르시시즘의 정체가 바로 허영심이다.이 책에서는 인간을 옥죄는 미망과도 같은 허영심의 역사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다룬다.인간의 허영심은 자기도취가 고개를 내미는 지점에서 싹튼다.그것은 문학작품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오스카 와일드가 그린 소년 도리언그레이나 제인 오스틴의 ‘설득’에 나오는 월터 엘리어트 경,앤소니 트롤로프의 소설에 등장하는 야심만만한 목사 슬럽 등은 연민의 감정까지 자아낸다.이 책에서는 또 인간의 언어에 관한 ‘계급의식적’인 허영을 중세 영국의 시인 초서를 인용해 살핀다.초서가 그린 여자 수도원장이나 에글라틴 부인은 교회에서 ‘품위 있는 콧소리로 노래를 부르고’,프랑스 말처럼 툭툭끊어서 발음해 스스로 높아진 신분을 과시한다.될수 있는 한 대화 중간에 프랑스어로 된 토막말을 많이 써 멋을 부리는 상류계급의 허영은 이처럼 그 역사가 자못 깊다.또 한 예로 영국의 빅토리아여왕은 편지를 모두 이런 식으로 치장한 것으로 유명하다.가령 누군가의 집을 묘사하면서 ‘un vrai bijou(진짜 보석)’라고 하는 식이었다.연못 위의 백조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물속에서 허우적 거려야 한다.이와 마찬가지로 허영에 찬 인간들은 자신의 멋부림을 만족시키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쳐야 했다.이 책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아름다움의 또 다른 정체,그것을 담아내 오늘의 교훈으로 삼는 데 초점을 맞춘다.여을환 옮김 세종서적 7천500원<김종면 기자>

1998-03-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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