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명암(외언내언)

정치자금 명암(외언내언)

김호준 기자
입력 1997-11-14 00:00
업데이트 1997-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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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조달을 둘러싸고 여야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스스로 여당임을 포기한 신한국당은 돈줄이 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라면 ‘잘 나가는 국민회의‘는 처음 만져보는 거액의 목돈에 희색이 가득한 표정이다.

신한국당은 지구당위원장들에게 활동비를 내려보내기 위해 지난 10월 새로 지어 입주한 여의도 당사와 천안에 있는 연수원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신한국당의 자금난은 당비납비를 위해 자택을 팔겠다고 내놓은 이회창 총재의 ‘절박한 사정’이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얼마전 이총재는 특별당비 납부운동을 통해 6억원이 모금되자 “당에서 활동비를 나눠줘야 할 판에 거꾸로 당비를 받게 됐다”고 미안해 하며 자신도 집을 처분해 특별당비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수개월전 이총재 진영에 합류한 한 특보의 경우 전직회사의 퇴직금을 까먹은 지는 벌써 오래된 일이고 활동비 마련을 위해 집까지 저당잡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민회의의 자금사정은 1만여명이 북적댄 12일의 후원회 모금행사가 잘 보여준듯 싶다.이날 김대중총재는 1백억원이 든 봉투를 전달받고 “흥분되고 부자가 된 느낌”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국민회의는 당직자들의 소장품 전시회에서도 1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서화들이 상당수 팔려 20억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가 고시한 법정선거비용 3백10억원에는 훨씬 못미치는 모금실적이지만 앞으로 나올 국고보조금 1백억원을 합치면 국민회의는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실탄’의 3분의 2를 마련한 셈이 된다.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장밋빛 DJ’를 반영하는 현상일 것이다.

선거라면 여당이 돈을 펑펑 쓰고 야당은 돈이 없어 쩔쩔 매던 과거에 비하면 새옹지마와 같은 변화다.올해 신한국당은 여당의 프리미엄으로 간주되던 지정기탁금제를 통해 지난 9월까지 10대기업으로부터 3백여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받았다.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정치자금의 여소야대현상은 이러한 지정기탁금제의 폐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김호준 논설주간>
1997-11-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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