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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처형’이 남아있는 사회(사설)

‘공개처형’이 남아있는 사회(사설)

입력 1997-11-08 00:00
업데이트 1997-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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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 수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재판을 하고 그 자리서 총쏘아 「공개처형」을 했다고 한다.암흑가의 마피아집단도 아니고 사이비종교집단의 밀교의식도 아닌 명색이 「나라」인 북한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자유와 인권이 만개한 이 21세기의 문턱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전언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그것도 우리와 조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같은 산하 한쪽에서 벌이는 일이다.끔찍하다.

더욱 충격스런 것은 처형된 대표적 「죄인」이 북한의 권력서열 26위인 노동당 농업담당비서였고 씌워진 죄목이 “미 제국주의자와 남조선의 괴뢰로 북한의 농업을 체계적으로 파괴해온 간첩”이었다는 점이다.오늘날 그들 인민이 겪고 있는 식량난의 원흉을 만들어내어 희생시킨 것이다.

지금은 역적모의한 죄인을 저자거리에서 효수하던 시대도 아니다.인민을 먹여 살리는 기본적인 생존권도 유지해주지 못하는 통치자는 그것만으로도 자격이 없다.그럼에도 난데없는 「미 제국주의자」와 「남조선」 간첩으로 누명씌워 농업담당관리를 처형하는것으로 기아선상에 있는 인민의 불만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권이 있다면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그게 한나라를 다스리는 집단이 하는 일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오늘의 인류가 지향하는 가장 당위적 이념은 “사람답게 사는 일”이다.그를 위해 모든 나라들은 노력을 하고 국제단위의 협조도 한다.그 수준에 따르지 못하면 소외되고 탈락될 수밖에 없다.언젠가 통일이 되면 함께 살아야할 우리의 소중한 동포가 이런 지경에 놓여있다는 일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있지도 않다는 ‘양심수’에 대한 관심으로 첨예한 논란을 벌일만큼 인권에 민감한 우리로서는 북쪽의 이 깊은 인권의 수렁에 더이상 무심해서는 안될 것 같다.인권투쟁으로 혁혁한 명성을 떨치는 국제기구도 많고 투사로 참여하는 쟁쟁한 인사가 우리에게도 많다.그런 인사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북한의 전근대적인 인권유린의 실정을 개선하는 노력부터 긴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굶주리는 북한동포를 돕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압살하는 인권의 지옥에서 구하는 일은 더욱 근원적인 문제해결의 단서라고 할 수 있다.

1997-11-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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