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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신형기 교수 저 ‘변화와 운명’

경성대 신형기 교수 저 ‘변화와 운명’

김종면 기자
입력 1997-10-16 00:00
업데이트 1997-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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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담긴 한국 근대경험/염상섭은 ‘현실억압 폭로한 계몽자’/만해·소월 시는 ‘비극적 역동성 산물’

일찌기 작가 김동리는 자신이 근대의 정신을 세계적 보편성의 수준에서 호흡하고 있다고 자부했다.이러한 생각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정신적 우월함을 확신하게 한 근거였다.그가 이상이나 최명익,허준 등 모더니스트들에 대해 동류의식을 느꼈던 이유도 그들이 근대의 정신에 가까이 다가섰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우리 문학에서 근대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최근 경성대 신형기 교수(국문과)가 펴낸 ‘변화와 운명’(평민사)은 우리의 근대경험을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살핀 한국근대문학사론으로 관심을 모은다.

이 책은 작가 염상섭이 극복할 수 없는 무력감을 토로한 ‘표본실의 청개구리’(1921)에서부터 논의를 풀어간다.염상섭은 평론형식의 글 ‘개성과 예술’에서 갖가지 우상을 타파하는 비판적 성찰의 태도가 근대적 각성의 산물임을 지적했다.추외한 현실상의 폭로를 근대적으로 각성한 자아의 역할로 본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신교수는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남긴 염상섭은 막연한 전망을 열어 보이는 계몽자가 아니라,침체와 권태에 빠진 내면을 고백함으로써 현실의 억압성을 폭로하려는 적극적인 계몽자였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나아가 이 시기에 들어 시의 수준높은 서정화가 가능했던 것 역시 비판적이고 반성적인 자각에 따른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가신 님 무덤〉가에 피어난 〈봄빛〉의 경건한 아름다움을 본 김소월이나(‘금잔디’),〈님은 갔지만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다〉(‘님의 침묵’)·〈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알 수 없어요’)고 한 한용운,죽음의 〈침실이 부활의 동굴〉임을 알아야 한다고 한 이상화(‘나의 침실로’)….이런 작품들이야말로 어둠과 빛이 함께 있다는 생각 혹은 어둠이 짙을수록 빛이 밝다는 비극적 역동성을 인식,근대에 대응하는 정신적 자세를 다져 보인 대표적 예라는 지적이다.

근대와 근대성의 문제는 오늘날 지배적인 담론이 되고 있다.이식적 근대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생적인 근대성을 밝히고 근대적 변모과정의연속성을 읽어내야 한다는 게 기존의 입장이었다.이와 관련,신교수는 근대에 대한 오늘의 관심은 탈근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요컨대 “탈근대 논의는 근본적으로 근대적 미혹에 문제인식의 뿌리를 두고있는 만큼 탈근대의 관점에서 근대를 파악하기 보다는 근대의 관점에서 탈근대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김종면 기자>

1997-10-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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