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죽음과 상업방송의 관심/나윤도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두 죽음과 상업방송의 관심/나윤도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나윤도 기자
입력 1997-09-07 00:00
업데이트 1997-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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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영국왕세자비의 세기의 장례식을 하루 앞두고 세계의 이목은 런던 켄싱턴궁 앞의 꽃더미에 쏠려 있었다.바로 그때 전해진 캘커타 빈민가에서 최후를 맞은 테레사 수녀의 사망 소식은 “‘다이애나 신화’는 상업 매스컴이 만들었다”는 그동안의 비아냥을 실제로 확인시켜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장례식 생중계를 위해 하루전인 5일 아침부터 간판급 앵커들을 비롯,스튜디오 전체를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사원 앞으로 옮겨 방송을 진행하던 미국의 주요 TV방송들에게 이날 하오 테레사 수녀의 갑작스런 죽음은 ‘귀찮은 일’이라는 인상이 역력했다.

다이애나비가 적십자 구호단의 일원으로 고아·난민·장애인 구호에 나선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방영,그녀를 인류박애정신의 구현자로 만든 것은 물론 그녀와 관련된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하루 수시간씩 지칠줄 모르고 방영했다.그러면서 일주일 내내 엄청난 광고료 수입을 즐겨왔고 장례식 생중계로 대미를 장식하려던 이들 방송들에게 테레사 수녀의 죽음은 ‘돈 안되는 일’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이날 하오 3시쯤 테레사 수녀의 사망소식을 라디오에서 듣고는 그녀의 성스러운 삶에 대한 자세한 TV보도를 기대했던 사람들은,저녁 7시 종합뉴스와 밤11시 뉴스에까지 단신에 약간의 코멘트만을 덧붙인 무성의한 보도에 분통을 터트려야 했다.

이는 지난주말 다이애나비가 죽은 직후부터 온통 그녀의 스토리로 도배를 했던 것과는 너무도 판이한 태도였다.물론 다이애나의 어처구니없는 갑작스런 죽음은 이혼당한 불운의 왕세자비로써,또 흡인력있는 아름다움으로 세계인으로부터 연민의 정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영리를 추구하는 방송이 그같은 분위기를 100% 이용하려 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테레사 수녀의 죽음이 주는 인류애적인 의미와 교훈에서 비롯되는 그녀의 영원성이,어떻게보면 죽음 자체의 의미 이상은 찾을수 없는 다이애나비 장례식의 상업성에 가려져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세계정보흐름의 80%를 점유하고 있다는 서구언론이 그같은 자세를 보이는 한 다이애나비의 죽음은 가진 자들의 슬픔에,테레사 수녀의 죽음은 굶주린 자들의 슬픔에만 머무를수 밖에 없을 것이다.

1997-09-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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