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발언과 뉴욕증시 폭락/강석진 도쿄 특파원(오늘의 눈)

하시모토 발언과 뉴욕증시 폭락/강석진 도쿄 특파원(오늘의 눈)

강석진 기자
입력 1997-06-26 00:00
업데이트 1997-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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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시장을 들었다 놓은 일본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총리의 발언에 대한 해석론이 분분하다.

하시모토 총리는 23일 뉴욕 컬럼비아대 강연중 『일본은 과거 몇 차례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 재무성 증권(국채)매각의 유혹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미국채를 팔아 금을 사는 선택도 있지만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미측도 환율 안정을 위해 협력해주길 바랍니다』라고 발언했다.

CNN방송은 내수 진작과 엔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하시모토 총리가 미국을 협박했다고 보도했다.미국 뉴욕증시의 주가는 즉각 192.25포인트 하락했다.역사상 두번째로 큰 하락폭이었다.깜짝 놀란 일본 대장성 가토 재무관은 뉴욕에서 『총리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소동은 하루만에 가라앉아 뉴욕증시는 급반등했다.일본은 막대한 무역흑자로 미국채를 대량구입,미국채 발행잔고의 6% 수준인 2천억달러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이를 매각하면 미 채권값 하락,장기금리 상승,주가하락,경기침체의 파장이 그려진다.일본으로서는 저팬 머니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메꾸고 있는 미국에 대해 「나도 한방 있어」라고 말할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채를 대량으로 팔 수 있을까.미국 경기침체는 일본의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 이전에 일본은 미국채의 대부분을 외환으로 운용하고 있어 팔기도 어렵다.95년 미국의 압력으로 엔화가 1달러당 80엔대까지 급등할 때 자민당내에서 미국채 매각 논의가 있었지만 감정적인 탁상공론에 그친 것은 이 때문이다.

대장상과 통산상을 거친 하시모토 총리가 왜 이런 사고성 발언을 했을까.「미국 압력에 대한 반발설」,「엔고 견제설」,「주가가 이유없이 오르는 미국증시를 냉각시키기 위한 미·일 밀약설」 등이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석이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하시모토 총리 개인에 대해서는 뽑아서는 안될 전가의 보도를 뽑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역시 일본에서는 혼네(본심)를 말하는 것은 실수로 받아들여지기 쉽다.가지야마 세이로쿠 관방장관이 『일본총리도 꽤 컸네』라고 이죽거리는 사이 소동은 가라앉았지만,발언의 진상은 여전히모호하다.
1997-06-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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