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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페미니즘 논쟁」 화해의 실마리

문단의 「페미니즘 논쟁」 화해의 실마리

박상렬 기자
입력 1997-05-01 00:00
업데이트 1997-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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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역할」은 결국 지고지순…/소설 「선택」의 이문열씨 변­잊혀져가는 현모양처의 되새김을 강조/신작 「착한여자」의 공지영씨­가족이기서 벗어난 공동체속 모습 그려

일부 여성작가들의 페미니즘운동을 비판,출간전부터 논란을 불러온 이문열의 소설 「선택」을 둘러싼 문단의 페미니즘 논쟁이 화해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비록 다른 길을 통하긴 했지만 페미니즘을 공격한 이씨나 비판대상이 된 여성작가가 지향하는 「어머니의 역할」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지고지순한 것이라는 공통분모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선택」은 자신의 재능을 포기하고 현모양처의 길을 선택한 조선조 한 정실부인의 삶을 그렸다.발간 3주만에 7만부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 종합4위에 올라있는 인기작으로 30대 여성독자들이 많이 찾는 기현상으로 더욱 관심을 끌고있다.

이문열씨는 『결코 반페미니즘이 아니며 내가 비판하는 것은 천박하게 추구되는 페미니즘일뿐』이라고 밝히고 있다.자신은 우리 시대에 무의미한 것으로 망각돼가는 어머니와 가정의 역할을 조선조 현모양처의 삶을 통해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씨 작품에서 일탈된 페미니스트로 읽히고 있는 여류작가 공지영씨는 곧 내놓는 신작 「착한 여자」를 통해 「어머니」의 당위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공씨는 신문연재소설이던 작품을 보완,일부를 개작하면서 「어머니」로서의 여성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 정인은 사랑에 실패한 뒤 낳은 사생아를 통해 모성애의 위대성을 깨닫고 「가족을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공동체를 세우고 「어머니」의 삶을 실천해간다.

공지영씨는 『피해자로서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여성성을 극대화한 어머니를 강조하기 위해 작품속에서 일종의 「대안가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초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비해 남성과 맞서는 여성적 전투성이 현저히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해의 실마리에도 여전히 넘을수 없는 괴리는 있다.

공씨는 『여성이 가족이기주의 틀에 가둬져서는 안되며 기존의 가족제도는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현실로서는 해체될 수 없기에 공동체에서 「어머니」상을 내세운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모양처의 되새김」을 강조하는 작품과 『현모양처 가운데 양처는 부인하지만 현모는 남길수 밖에 없다』는 작품사이는 「서툰 화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논쟁과 관련해 문학평론가인 서울대 권영민 교수는 『이데올기적인 페미니즘 논쟁은 문학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다.

『페미니즘문학이 예술로 성취되기 위해서는 여성적 미학의 확보가 필수적이다.이는 여성의 주장으로 대항하는 투사적 주인공을 내세우는 소재주의도 아니고 여성적 정체성이 부족한 여성의 목소리를 빌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대부분의 평범한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전형적 여성상을 어떻게 그리는가에 달려있다.』

진정한 페미니즘문학은 작품속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여성의 정체성을 그릴수 있을때 성립된다는 것이다.권교수가 소모적인 페미니즘 논쟁을 지양하고 페미니즘문학의 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 과제이다.<박상렬 기자>
1997-05-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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