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1% 클럽」/연하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광장)

한국형 「1% 클럽」/연하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광장)

연하청 기자
입력 1996-11-30 00:00
업데이트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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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보다는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일지도 모른다.「집」이라는 한자는 「새」들이 「나뭇가지(목)」위에 모여 사귄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새들도 먹이를 함께 나누고 서로를 보호하는데 하물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서로 관심을 가져야 함은 마땅하다.맹자는 「사람에게는 사람을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심정이 있다」고 했다.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고 무관심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말일 것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크고 작은 일들이 하도 많다보니 요즘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웬만큼 충격적인 사건에도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는게 사실이다.날이 갈수록 흉포해지는 범죄에도 이제 무관심해졌고,청소년가출및 인신매매 등이 아무리 보도되어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심지어 옆사람이 소매치기를 당하고 있어도 그냥 지나치게 되었으며,자신이 연루되는 것이 귀찮아 증인이 되기를 꺼려하는 풍토가 되어버렸다.

○불우이웃돕기 외면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남을 돕는다는 것이 이제는 좀처럼 어려운 일이 되었다.우리의 과소비는 점차 늘어나면서도 지난 겨울의 불우이웃돕기 모금액은 전년도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얼마전에는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모금의 대부분이 개인의 사업비로 쓰여지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생기고 말았다.미국에서는 성인의 약 25%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가?

물론 자기 일만 생각하기에도 벅찬 현실이지만,꼭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일에도 무관심한 것이 문제다.많은 사람들은 『내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고 현실을 외면한다.이와 같은 무관심의 이면에는 아마 자기가 나선다고 해서 고쳐질 일도 아니라는 무력감과 옳은 지는 알지만 괜히 나섰다가 나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사회문제는 곧 우리의 현실에 다가와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되고 급기야는 더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만다.조그마한 일들이 사회문제화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결국 사회문제로 부각된 후에야 개입하는 수동적인 자세보다사회적 비용의 부담을 적게 한다.다시 말해 이기와 무관심이 팽배한 사회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엄청나게 큰 것이다.

한국사회는 가족 및 지역사회의 해체과정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서구 여러 나라들에 비해 가족과 친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강하여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상부상조의 공동체 의식은 우리의 훌륭한 전통이며 자산이다.따라서 이러한 자산을 십분 활용하는 복지공동체의 다원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겠다.

○사회복지전략 필요

이를 위하여 첫째,한국사회의 현 상황에서 최적의 사회복지 추진전략이 모색되어야 한다.민간복지가 연말에만 잠깐 등장하고는 곧 잊혀져 버리는 불우이웃돕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민간이 사회복지 증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위상과 함께 투명성이 제고될 민간복지조직이 이루어져야 한다.현재 우리는 복지분야에 있어서 민간의 역할이 뚜렷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고,공공·민간의 적정 혼합형태가 무엇인지 규명되어 있지 않아 복지사업 수행의 일관성 및 효율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복지활동을 개발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일 예로 자원봉사활동의 저축제나 학교교과목 설정 등 자원봉사를 제도적으로 육성·지원하고 자원봉사의 수요와 공급을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정보관리협의체의 구성을 들 수 있다.

셋째,복지증진을 위한 민간기금조성이 필수적이다.스페인의 「온세재단」,미국과 일본의 「1%클럽」및 「퍼센트 클럽」등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또한 이와함께 현행의 이웃돕기 모금을 공동모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종교단체나 기업복지재단 등의 자발적인 복지사업참여를 유도하여야 한다.노인사업(silver industry),유료탁아소,3세대 주거형태의 개발 등에 대한 세제혜택 및 재정보조확대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제 모든 문제의 실마리는 「더불어 삶」의 의미를 확인하는데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이웃의 일이 결국은 자기자신의 일로 귀착되는 것임을 인식하고,이웃에 대해 자기일처럼관심과 애정을 갖고 대할때 우리 사회는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흔들림없이 나가게 될 것이다.
1996-11-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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