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호씨 귀순이 뜻하는 것(사설)

박철호씨 귀순이 뜻하는 것(사설)

입력 1996-07-25 00:00
업데이트 1996-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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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철책을 넘어 귀순해온 북한농민 박철호씨의 증언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참담하게 한다.최근에도 여러 계층의 북한주민들이 줄을 이어 귀순해왔지만 농사를 짓던 농민이 목숨을 걸고 탈출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의 증언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박씨는 귀순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배가 고파 굶어죽는 것보다는 남쪽으로 가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해 탈출했다』고 밝히고 『내가 살던 농촌에서도 2∼3일에 한번씩 사람이 굶어죽어가고 있다.지난 19일에는 여자 한명이 굶어죽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박씨의 이 증언은 얼마전 두자녀와 함께 귀순한 정순영씨의 증언과 일치하고 있다.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고 있는 것은 일부 지역의 참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박씨가 농사를 지어온 강원도 김화군 건천리는 우리측 대북방송이 들릴 정도로 남쪽과는 가까운 곳이어서 북한당국이 「특별대상지역」으로 지정해 보다 지원을 많이해줘 형편이 비교적 괜찮은 곳이다.반면 주민 감시는 매우 삼엄한 곳이다.그런데도 그가 탈출을 감행한 것은 북한농촌의 실상이 어떤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는 도시의 주민이 농촌으로 식량을 구하러가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도시로 떼지어 몰려가고 있으며 이로인해 도시주변에는 굶주림에 지친 유랑민들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그런가하면 어떤 지역에서는 유랑민들이 군부대의 창고를 터는 「식량폭동」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외신보도마저 나오고 있다.

실상이 이럴진대 북한당국은 이제라도 식량난의 참상을 솔직히 털어놓고 우리정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주민들의 굶주림을 외면하는 정권은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체제의 불안정과 극심한 식량난으로 탈북귀순자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정부는 귀순자들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앞으로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1996-07-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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