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리민복인가,당리당략인가(이동화 칼럼)

국리민복인가,당리당략인가(이동화 칼럼)

이동화 기자
입력 1996-06-06 00:00
업데이트 1996-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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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국회 개원파동은 국회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또 한번 확인해주었다.심지어 『국회가 없어도 잘만 굴러간다』든가 『국회가 열리면 싸움만 하지…』라며 야유섞인 「국회무용론」을 제기하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 1월27일 임시국회가 끝난 뒤 지금까지 약 1백30일동안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일이 있었으나 국회 한번 열린 적 없이 지나갔고 15대 국회가 법에 정한 개원일에도 원구성조차 못한채 하루하루 정쟁으로 지새고 있으니 이런 말이 나올수 밖에 없다.또 국회의원 하나하나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지만 그들의 행태는 독자성 보다는 대권싸움에 초점을 맞춘 당리당략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국회 해야할 일 너무 많다

그러나 국회기능에 대한 회의와 국회가 무용한 것인가의 문제는 별개의 것이다.사실 국회는 꼭 필요한 것이다.다만 우리의 입법의지와 능력이 시대적 수요와 발전의지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21세기 선진화의 길목에 자리한 우리국회로서는 능력을 배가시켜 나가야 할명제를 안고 있는 데도 아직도 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 이 시점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다.한반도의 안정과 통일을 위한 정지작업은 서둘러야 할 만큼 국제정세의 빠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월드컵이나 ASEM등 대형이벤의 성공적 개최를 포함하여 우리의 의식과 제도를 국제화·세계화시키기 위한 입법체제의 구축 역시 당장 국회 앞에 떨어진 과제다.

○삶의 질 위한 입법활동을

더 구체적으로 월드컵축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생각해보자.경기장이나 호텔시설 등을 짓고 그 예산 뒷받침을 하는 하드웨어적 성격의 일이 우선 있다.그러나 그 보다는 이를 계기로 너무 이기적이고 성급한 국민일반의 분위기를 자제시키고 순화시키며 협조와 협동의 길로 유도하는 소프트웨어적 성격의 일과 역할을 하는 적극적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국회가 해야할 중요한 사안중 하나는 우리선진화의 필요조건인 「삶의 질」을 향상하는 문제다.경제가 신장하고 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해서 삶의 질이 반드시 함께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여기에 국회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부를 적당히 배분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교통 문제들을 국민과 함께 지혜롭게 완화하고 해결하는 일은 혼신의 힘을 다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권집념에 왜곡된 국회

이렇게 할 일이 많고 시간을 쪼개 일해야 할 국회가 제역할을 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그것은 3김 중심의 우리정치구도다.강력한 카리스마로 이끌어지는 이런 정치행태가 반독재와 민주화라는 목표로 가기 위해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것이라지만 그같은 목표가 달성된 지금에 와서는 그 폐해 쪽의 측면이 두드러져 보인다.

어느 개인이 정당을 깨기도하고 만들기도 한다.각급 선거에서 절대적인 공천권을 임의로 행사하기도 한다.이들은 지역기반이 확실하고 대권에 대해 무서울 정도의 집념을 갖고 있다.3김 중에는 이미 집권목표를 달성한 경우도 있고 4수건 재수건,노욕이라는 소리를 듣건말건 계속 추구하겠다는 경우도 있다.

지역감정의 피해를 입었다면서도 지역 등권이다,지역연합이다 해가면서 지역감정을 오히려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내각제를 쓰러뜨렸으면서도 이제와서 내각제를 하자고 외치는 경우도 있다.앞뒤말이 다르지만 대권추구라는 잣대로 보면 손쉽게 이해할수 있다.

○국회 제자리 세우기부터

그러나 과연 국민이 계속 이해만 하고 있을 것인가.이미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고정관념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이같은 변화가 계속된다면 대권추구는 어렵게 된다.정책과 사고에 별차이가 없고 오직 지역기반만이 다르다면 다른 사람들이 국민을 생각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할때 외면하는 사람들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들은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국회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입법부의 중요성이 방치되고 국회가 노는 곳이나 정쟁의 장소로 격하되는 것을 조장할 때 국민과 역사는 이를 비판할 것이다.〈주필〉
1996-06-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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