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판 막게 한·미공조 과시/클린턴 새달 방한 안팎

북 오판 막게 한·미공조 과시/클린턴 새달 방한 안팎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1996-03-30 00:00
수정 1996-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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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체류 불구 현안 긴밀 협의/G8정상회의때 한국입장 반영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4월16일 제주도에 머무는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그의 방문이 가지는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 볼때 한반도는 분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중 하나다.클린턴 대통령이 일본과 러시아등 동북아 관련국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들르지 않으려 했던데 대해 미국의 주요 언론을 비롯한 국제여론은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6·25발발 직전 애치슨라인이 북한의 오판을 야기한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궁지에 몰린 북한이 행여 이상한 마음을 품지 않도록 한­미간 더욱 긴밀한 공조체제를 과시할 필요가 지적됐다.

특히 4월에는 동북아 주변국가들 사이에 굵직굵직한 회담들이 예정되어 있다.클린턴 대통령이 일본 방문에 이어 러시아에서 열리는 「원자력안전에 관한 G­8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다.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가 모여 주변정세를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다.이어 옐친 대통령은 4월24일 중국을 방문해 러­중정상회담을 갖는다.

동북아 주변정세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이런 논의에서 빠질 수 없다.김영삼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의 제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간의 공조를 다지고 클린턴 대통령이 이를 바탕으로 미­일 정상회담과 G­8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한다는 생각이다.제주 한­미 정상회담이 4월 동북아 주변 연쇄정상회담의 기초가 되는 셈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제주도를 방문하게 된 것은 주로 업무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려했기 때문이다.서울에 오면 의전절차 등이 까다로워 실제로 양국 정상이 현안을 논의할 시간이 줄어든다.국빈방문이 아닌 실무방문(Working―Visit)형식을 취해 공동관심사를 충분히 협의해 보자는 취지다.

클린턴 대통령은 부인 힐러리 여사를 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양국 정상 내외는 제주도에서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을 함께 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이목희 기자〉

◎미국의 시각/북 미사일 대책 조율/중 무력시위 압력 효과도

클린턴 미대통령의 오는 4월 방한결정은한미관계가 더이상 한반도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됨과 동시에 또한 양국의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동반자관계로의 성숙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불과 2개월 남짓한 사이에 클린턴 대통령이 번복결정을 가져오게 한 가장 큰 정세변화는 최근 중국의 대만해협 무력시위로 인한 동아시아에서의 안보위협을 들 수 있다.막대한 인구와 성장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질주는 21세기 동아시아는 물론 미국의 세계전략에 있어서도 큰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고 그 견제를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을 축으로 하는 동맹관계의 견고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동북아의 화약고로 남아있는 북한과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미국정부가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한국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재확인시킴으로써 북한정부의 한국을 배제시킨 미국과의 직접대화 노력에 일찌감치 분명한 선을 그어 미국정부의 남북당사자간 대화 우선 입장을 확실히 해두자는 것이다.

더우기 본격적인 추진을 앞두고 있는 경수로건설사업을 통한 북한핵동결문제,한국전참전 미군유해송환문제,미사일수출문제,대북한 경제제제 완화조치,연락사무소 설치 등 일련의 미­북관계의 진전에 앞서 양국정상이 사전 조율을 통한 공동입장정리는 북한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도 분명하다.〈워싱턴=나윤도 특파원〉
1996-03-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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